르네21 <서양고전교실> 을 듣다 1.이성과 신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철학의 기원)

https://dia-na.tistory.com 2012. 3. 10. 14:43

금요일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습관적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배캠 금요코너의 '사람과 음악'에서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으로 뛰어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등의 카피로 유명한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씨가 나왔다.

 

배철수씨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창의력이 참 부족하죠?"라고 묻자

그는 " 젊은 사람들은 항상 창의력이 부족해요. 30년전부터." 라고 응수한다.

(창의력이란 그 분야의 다양한 지식이 쌓였을 때 흘러넘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스피드와 새로움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할까?

방송에서 그는

 

자기 중심을 봐라

자존을 가져라

본질을 봐라

고전을 공부해라

 

라고 충고한다.

그렇다면 본질을 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해답은 인문학이다.

그리고 인문학의 실용적 가치는 '사람에 대한 이해'로 나타난다.

 

각설하고,

독서대학 르네21 <서양고전강좌>로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라는 부제의 강좌가 3월 7일에 시작되었다.

(3월 7일 부터 7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학기중에 교과모임을 병행하며 또다른 강좌를 듣는다는 게 무척 버거운 일이긴 하지만,

그간, 사회과목을 담당하면서 드믄드믄 고개를 내미는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대충 훑고 지나간 것이 마음에 걸리고

딸아이와 독서활동을 하면서 철학적 소양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그게 이유였을까?

광고인 박웅현씨의 방송을 들으며 깨달았다.

사실은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여유를 두며 사람과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고 싶은 열망이 잠재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번 <서양고전강좌>를 진행하시는 분은 서용순 교수다.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현대 철학의 거장인 알랭 바디우의 지도 아래 마르크스주의와 프랑스 현대 철학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바디우의 철학을 한국에 소개하며, 사회철학과 존재론 분야에서 여러 연구를 내놓았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서양 철학사』(두리미디어)...등등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십여분 늦게 도착한 강의실 광경을 빠르게 훑으며 적잖이 놀랐다.

청중생의 평균 연령층이 30대 초반일 거라 추측했는데, 의외로 나이 지긋한 분들이 꽤 많이 계셨다.

-그래서인지 서교수가 강의의 초점을 어느 연령층에 맞춰야하는 지 곤혹스러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전히 내생각.

 

첫번째 강연은  1.이성과 신화 그리고 인간과 자연(철학의 기원) 이다.

 

16강으로 이루어진 이 강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진리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1. 철학이란?

  - 알다시피 철학 philosophy 는 philos + sophia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 그것을 번역한 哲學 에서 哲은 어짊+앎 으로 '지혜 일반을 추구하는 학문'이다.

  - 그러므로 철학은 지혜, 곧 진리를 다루는 학문이다.

     또한 철학자들은 전체적인 것, 모든 것을 아우리는 원리를 발견하고자 애쓰는 사람이다.

 

2. 철학은 무엇을 다루는가?

 - 철학이 추구하는 것,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진리다.

  (때문에 진리를 발견한 철학자는 그것을 널리 알리는 과정에서 불운을 맞기도 한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처럼.)

 - 또한 진리가 생산되는 장소는 철학의 외부이다.

 

3. 철학의 배경 / 대립지점으로서의 신화

- 밀레투스의 풍요로운 삶이 철학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가 철학을 발달시킨 것은 아니다 . 다른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신화다.

- 신화는 이념의 표현이다.

 

4. 뮈토스와 로고스

 - 로고스logos는 ' 이성의 말'이다. 개별 사물에서 출발하여 그것의 이유와 존재근거를 파고들어 추론까지 나아간다. 검증이 가능하다.

    철학은 로고스에서 출발하였다.

- 뮈토스myhtos는 '신화의 말'이다. 허구의 이야기인 뮈토스를 신화학자들은 아름다운 것, 진실한 것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제우스가 번개를 의미하듯이.

 - 두 가지 말은 모두 인간과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철학은 로고스라는 논증의 언어를 통해 근원으로 접근하지만,

   신화는 뮈토스라는 허구의 언어를 통해 근원의 문제에 다가선다.

 

5. 고대 자연철학

 

 <1> 탈레스 (Thales B.C624? ~ B.C 546?)

     - 최초의 철학자인 그는 사물의 근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 근원적인 요소를 '물'이라고 답한다.

     - 여기에서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니라 신화속의 스틱스 강

        (근원적인 거룩함을 상징하며 신들이 맹세할때 부르는 강이기도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 그의 위대함은 '세계의 근원은 무엇인가' 라는 근원에 대한 문제제기에 있다.

    - 이집트를 여행하며 피라미드의 높이를 재기도 했던 그는

       자연현상을 합리적인 정신을 가지고 탐구한 학자로 현상의 이면에 있는 근원적 요소에 관심을 가졌다.

 

<2>아낙시만드로스 

 

-탈레스의 제자

- 모든 것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좀 더 근본적인 재료를 필요로 한다.

- 제1의 실체는 <a peiron 무한자 > : 정할수 없고 무한하다. '비결정적 무한자'

- 근원적 실체에서 분리방식에 따라 만물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최초에 온기와 냉기 분리->여기서 습기발생 ->땅과 공기 생겨남...

   

<3> 아낙시메네스  (B.C585? ~ B.C 528?)

-아낙시만드로스의 친구로 <무한자>개념은 애매모호하다고 지적

- 제1실체로 <공기> 고안, 공기야말로 근원적이고 무한하다고 생각

- 공기 - (농후) 수축 ->바람->물, 땅 -> 바위

          - (희박) 팽창 ->온기->불 생성 

- 최초로 변화의 과정을 설명함

 

 

- 이상이 밀레토스 학파로 그들은 최초로 사물의 궁극적 본성에 관한 의문을 제시했으며 또한 처음으로 무엇이 실제적으로 자연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불완전하지만 직접적인 탐구를 시도했다.

 

<4> 피타고라스 (Pythagoras, B.C 582?~B.C 496?) 

 

- 에게해 사모스섬 출신으로 폭정을 피해 남부 이탈리아로 이주, 크로톤에 정착함

- 만물의 원리는 수, 즉, 만물은 수의 속성을 지녔다고 주장.

  이때 수의 속성이란 이상적 비율, 조화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음악에는 하나의 정수비가 존재하며 의학에서도 마찬가지.

   신체는 하나의 악기. 건강은 신체가 잘 조율되어 있는 것.

- 인류최초로 학파 형성

 

 

 

<5> 헤라클레이토스 (Herakleitos, B.C 540?~B.C 480?)  

- 변화를 다양성속의 통일성으로 묘사

- 변화하는 만물의 원인은 불

-<만물은 유전flux한다>

   만물은 불이자, 신.

- 당신들은 같은 강물로 두번 걸어 들어갈 수 없다.>

   강물과 인간은 항상 변하면서도 동일성이 유지된다.

- 세계는 영원히 움직이는 불(신의 인도) , 변화하지 않는 一者 the one 이다.

  변화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 모든 것의 실체는 하나이며  세계의 근원, 그것은 불이다.

 

 비슷한 말을 <논어>에서 공자도 말한바 있다.

" (강물을 보며) 밤늦 끊임없이 흐르다니... 모든 것은 이와 같도다."

<논어>를 혼자서 읽던 이십대 어느날 이 문장에 한동안 꽂혀 있었다. 내가 이렇게 어둔 동굴속에 갖혀있어도 세상은 강물은 새롭게 새롭게 흘러가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변화하지 않는 그것은 나지만, 나는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똑같이 두번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깨달았던 것 같다.

 

 

<6> 파르메니데스 (Parmenides, B.C 510?~B.C 470?)  

 

 

- 이탈리아 남서부 엘레아 출생. 엘레아는 그리스 망명자들이 세운 식민지.

- 변화하지 않는 절대적 근본재료, 유일한 사물은 <일자 the one>

  변화와 다양성은 일종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 있는 것만을 생각할 수 있다." : 존재와 사유의 동일성

- 변화는 존재의 자리바꿈일뿐이다.

-일자는 변화 이전의 변화하지 않는 존재

 

 그의 얘기인 즉 우리는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SF영화를 보면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은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파르메니데스의 의견을 좇은 것이다.)

 

 

<7> 엠페도클레스  (Empedokles, B.C 490?~B.C 430?)  

 

- 시칠리아 생.

-전설에 따르면 그는 신과 같은 인물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에트나 화산의 분화구속으로 뛰어들어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어떤 것이 발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존재가 완전히 소멸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으며 생각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그것을 언급하는 모든 경우에 그것은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파르메니데스의 일자를 거부. 존재는 하나가 아니라 다수. 변화지 않고 영원한 것은 바로 <다자>

- 대상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가리켜 영원성을 지닌 물질적 원소라고 명명. 그것은 흙, 공기, 불, 물

- 자연에는 두 가지 힘이 존재. 그 힘은 사랑과 증오. 이 힘들은 네 원소의 결합과 분리의 원인이 된다.

 

 

<8> 아낙사고라스  (Anaxagoras, B.C 500?~B.C 428?)  

 

 - 터키 해안 도시인 클라조메나이 출신. 나중에 아테나로 옮겨가 그곳의 정계에서 활약.

- 존재의 모든 생성소멸은 단지 기존의 실체들의 결합과 분리라고 생각.

- 실재의 본성은 <정신 nous>과 <질료>로 구성

- 질료가 사물로 형성되는 과정은 <분리>의 과정이며 분리는 <정신>의 힘을 통해 획득된다.

  "어떠한 사물도 누스 없이는 어떠한 것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 정신적 원리를 사물들의 본성에 부과함 ->정신과 질료를 분리

- 정신이 만물 중 가장 훌륭하며 가장 순수한 것이며

   정신은 만물에 관한 모든 지식과 지고한 권능을 소유한다.

 

 

 

 

<9> 데모크리토스  (Domocritos, B.C 460?~B.C 370?)  

 

- 세계의 근원은 쪼갤 수 없는 원자. 고대 원자론 탄생

- 우리 주위의 모든 사물은 원자를 통해 이루어졌다. 빈 공간에 있던 원자는 개별적으로 존재했지만,

   어떤 우연적인 충돌을 통해 얽혀 나갔고, 그로 인해 사물이 발생했다.

- 원자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르메니데스의 '일자'를 닮아 있지만

  사물이 결합할 수 있는 단위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는 피타코라스학파와 유사하다.

- 최초로 정교한 유물론을 만들어냄 ->중세말까지 인정받지 못하다 근대과학에 영향을 끼침

- 중용의 윤리학을 주장하여 인간의 행동을 철학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임

- 삶의 목적: 쾌활함 추구 ->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중용'을 강조함.

   무분별한 쾌락을 이겨내야 행복을 얻는다 ->아름다움(선)을 추구함으로써 고대철학의 전환점이 됨

 

 

 

탈레스부터 시작한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훑는 여행은 데모크리토스에서 끝이 났다.

참고문헌 정도로 보라는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는 무지 두껍고 글씨가 작아서 

주르르 읽어내기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16강에 맞추어 예습하듯이 해당 부분을 읽어가다보면 현대철학까지 읽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그렇다치고,

다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강좌를 신청했을까?

오는 길 내내 궁금해졌었다.

다음 수요일엔 소크라테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