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전하는 감성 캘리그라피전

https://dia-na.tistory.com 2015. 1. 1. 17:16

연구년 정산이 끝나고 마음의 짐이 덜어진 후에야 블러그에 손이 간다.


지난 12월 26일 ~ 30일까지 광명 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손끝으로 전하는 감성 캘리그라피전>에 다녀왔다.

육아휴직중임에도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였던 선부장의 그림과 글씨가 단연코 돋보였던 전시회.




그림 전시회를 보면 화가란 사물을 그저 잘 그린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로 고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책의 일러스트 저자가 직접 작업한 것 같은 그림과 글씨.



아들이 <꽃들에게 희망을 >을 읽고

"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
라는 질문에

엄마는 그림과 글로 대답했다.





수천지복

하늘에서 복이 땅으로 내려온다.

전시회 작품 중 가장 탐이 났다.

작은 롤러로 글씨를 쓰고 그 위에 한국화를 올렸다.

모란은 부귀의 상징하는데 복자 아래 영원성을 상징하는 바위를 그려넣음으로써

부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주상이 오픈할 샵에 걸어놓으면 딱 좋겠는데...




TV로 미생을 보다가

그래의 엄마가 넥타이와 손수건을 챙겨주며 했던 말이 인상깊어

글씨로 담았단다.



역시 미생에서.

'자부심이다'에서 '이'자에 주목하며 봐야함.





이 꽃이 복수초라고 했던가?

눈 사이로 피어나 역경을 이겨낸 삶을 상징하는 꽃.

그런데 요즘 난 그냥 알맞은 계절에 순리대로 피어나는 꽃이 좋아진다.

저렇게 피기까지 추위에 떨었을 봉오리의 고단함이 느껴져서.





가족을 사랑하는 선부장의 마음이 담긴 글.






도자기의 재질은 천이다.

네번째 사발의 삼베는 시어머니께서 직접 짜신 천이라

자연스러움이 배여난다.





내가 보기에 이번 전시회에서

캘리그라피 글씨로만 보자면 이분의 글씨가 탑이다.

글의 내용에 따라 글씨가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독학으로 배웠다는 그림도 소박해서 좋다.








캘리그라피는

글이 담고 있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둥글게는 직접 보면 더 둥글게 느껴진다.




지난 한해 연구년을 보내면서

감정코칭에서 캘리그라피, 사군자, 야생화자수, 자전거 타기에 이르기까지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찔끔 찔끔 손을 대 보았다.

감정코칭은 욱! 하는 성격을 다스려보고자 했는데, 배우는게 정신적으로 너무 고단해 가까스로 수강을 마쳤다.

-하지만 스스로를 '알아차리려고 ' 노력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헛된 배움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군자는 캘리그라피를 배우다가 배경 그림이 필요해서 시작했다.

문인화란 멀고 긴 길이라 난에 이어 국화를 그리다가 6개월이 가 버렸다.

수강 시간이 낮 시간대라 시간이 맞지 않아 복직후에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나도 모르겠다.


뭔가를 배우기는 쉽다.

그러나 배움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재능을 넘어선 일정량의 노력이 쌓인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에 복귀하기 전 캘리그라피 고급반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간 배움이 흩어지기 전에 묶어두기 위해서랄까.


또한

전시회는

배움을 몸으로 체화시키는 가장 좋은 통과의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이맘 때쯤 저들의 반의 반만큼의 필력이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