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되새겨보는 방청 후기 <무한도전 토토가 >

https://dia-na.tistory.com 2015. 1. 3. 23:42


2회 연속 토토가 방송을 보면서 귀찮아서 올리지 않았던 방청 후기를 올리기로 한다.(중간에 수정함.^^)




연말이면 무한도전은 시청자와 함께 하는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곤 했다.

그때마다 두 딸들은 "저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신청했지? 완전 부럽다."

를 연발하기에

올해는 나도 한번 도전해봐? 하며

토토가 출연 가수들을 섭외하는 방송분을 지켜보며 무한도전 홈피를 들락거렸다.

한동안 토토가 방청에 대한 소식이 감감하더니

어느날 방청객 모집 공고가 떴다.

항간의 인기를 감안하건데 여러사람이 응모해야 당첨가능성이 높겠다 싶어

가족들이 모두 응모했다.(로 알고 있었으나 알바를 시작한 큰토끼가 깜빡 잊고 못했다고...)


응모한 뒤 며칠이 지난 토요일,

무한도전을 시청하며 모임 나가고 없는 남편에게

"혹시 무한도전에서 전화 왔었어?" 라고 문자를 넣었더니

두 시간 후에서야

"어, 왔었어."

이런다.

가족 중 무한도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남편만 당첨.


녹화가 예정되어 있는 12월 17일 4시부터 티켓을 배부하고

본공연은 8시부터 시작되며 드레스코드는 90년대 패션이라는 안내 문자를 받고

4시에 일산 MBC드림센터 도착.

- 이틀 동안 옷장을 모두 뒤져봤으나

90년대 통바지와 멜빵바지를 찾을수가 없다.

할수없이 위아래 청청으로 차려입고

둘째에게는 떡볶이 코트를 반강제로 입혔다.(이거 안 입으면 못들어가! 라고 협박)

좀 비싸게 산 거라 얘는 의류수거함행으로 가지 않고 살아 남았다.






연령대별 당첨자를 확인하고 대기표를 받았다.

그러고는 한 시간이 지났나?

대기표를 방청권으로 바꿔받고.

주상은 둘째에게 표를 양보하고 귀가.

- 방송국에 일반인 방청객은 주차를 할 수 없다. TT

주상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 자리는 2층 오른쪽 앞에서 두번째 열이다.

과히 나쁘지 않다.

우리 옆자리에는 보스톤과 미네소타에서 온 열혈 형광팬이 앉아

방청 내내 흥을 돋궜다.

( 바람잡이 사전  MC가 몇몇 특이한 사연을 가진 방청객과 보스톤 총각을 불러 상품을 주었는데

준수한 외모탓에 카메라가 그들을 자주 잡았다.






일산 드림센터 1층 홀의 유리벽에 가득한 무한도전 팬들의 메모.

이날 온 방청객들은 처음부터 90년대 복장으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절반은 커다란 종이 가방에 옷을 싸 가지고 와 화장실에서 갈아 입었다.

그중 형돈이의 형광팬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친구와 함께 동묘시장에서 90년대 스키복 패션을 5만원에 사 입었다고 자랑.






본 공연에 들어가면 방청객은 사진을 찍을 수 없을 것을 감안,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만남이 1층 로비에서 있었다.

예정대로 라면 6시에 시작되었어야할 팬미팅이

리허설이 길어져 7시로 밀렸다.

- 이 시간이 아니었다면 표받고 뜨뜻한 곳에서 저녁 식사를 맘편히 했을 텐데...

둘째가 보고 싶어하는 건 토토가가 아니라 무한도전 멤버들이었기에

그들이 올때까지 내내 로비 한켠에 있는 커피숍에서 오돌오돌 떨며 기다렸다.





복장을 보고

본공연에서 이들이 에쵸티 노래라도 부르나? 기대했는데,

그냥 로비에서의 코스프레에 그쳤다.





 준하씨를 왜 헬맷 이라고 부르는 지

실제 그의 얼굴을 보면 이해가 된다.

"얼굴 대박 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보통 크기의 박명수의 얼굴을 시디크기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얼굴 사이즈.


7시 30분 방청객 휴대폰에 촬영금지용 스티커 붙이고 입장.

공연장 입구에서 탄산수와 선물도 받고.



저 손수건의 용도를 방송을 보고 알았다. 그 시절 눈까지 가리는 두건처럼 사용 하라는 거였는데, 쩝.

똥그란 눈동자가 그려진 부채는 이정현의 팬클럽이 선물한 것이라고 방송전에 얘기를 해 주었고.


사회를 본 이본은 그 시절과 변함없는 막힘없이 유창한 언변으로 진행을 이끌었고

공연의 시작은 터보.

터보 엔진이 이렇게 강력했었어? 할 장도로 강력한 비트와 춤사위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방송에서 김현정이 다소 후덕해보이지만 현장에서는 하얗고 날씬한 자태를 자랑했다.

SES 슈의 마음을 이해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엄마는 세상과 유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가끔 아이를 떼어 놓고 친구를 만나거나 공연을 보러갈 때면

세상의 공기가 달게 느껴지곤 했었다.


쿨의 유리의 보컬에 대해 사람들은 노래를 잘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노래를 잘 하는 것과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유리가 빼어난 가창력을 소유한 것은 아니지만

쿨에는 역시 유리의 앳되면서도 살짝 들떠있는 목소리가 들어가야 제맛이다.

(예원양이 못했다는 게 아니라 원년 멤버에 대한 회상)


소찬휘의 보컬이란...

넘사벽이다.

행여 고음에서 음이탈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따윈 애초에 날려버릴 만큼 시원한 가창력.

노래 솔찬히 한다고 해서 붙인 가명(소찬휘)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


20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지누션.

말해줘 부분 역시 엄정화가 불러줘야 제맛.

(이쯤에서 팔이 아팠다. 두 시간 내리 서서 팔을 휘두르다 보면 내가 나일 많이 먹긴 먹었어! 라고 느끼게 된다.)


난 데뷔곡 '눈동자'시절의 엄정화(성형전)가 가장 섹시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초대.

눈동자 이후 그녀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다행히 그곡을 불러줘서 고마웠고.


조성모의 목소리가 변했다고 확실하게 느낀 이유는

그가 토토가 무대중 유일하게 발라드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색을 더 자세히 비교할 수 있었다.

방청객들도 이 때만큼은 부담없이 앉아서 파도타기만 했다.(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물론 빠라빠빠 빠밤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지만.


이정현은 역시 프로다.

레이디 가가를 앞서 파격적인 무대퍼포먼스를 선사했던 그녀,

이번 무대에서도 자신의 무대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

'줄래'는 본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전 녹화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세팅된 인형의 집을 이동(이 아니고 해체)하는데 시간이 걸려

부득이하게 사전녹화로 줄래를 불렀고,

본 공연에서는 '와'에 이어 녹화된 영상을 틀어줬다.

그래서 방송에서 엄청난 호응으로 보여진거고.(영상을 보면서도 열띤 호응을 보여준 관객들 덕분에.)


김건모의 목소리는 여전히 국보급이다.

20년 후에 듣는 '잘못된 만남'은 그때와 다를바 없다.


8시에 시작된 공연은 10시 반 가까이되어서야 끝이 났다.


방송사의 모든 프로그램 중 충성도가 가장 높은 무한도전 팬들.

즐길 준비를 철저히 하고

그 누가 무대에 서도 기꺼이 호응하고 열광해 준 덕에

모두가 축제같은 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잊지 못할 2014년이 저물었다.

(흐잉, 나도 하하네 가게 뒷풀이에 가고 싶었어.)


---------------------------


90년대 노래에 익숙하긴 하지만 나는  응답하라 1990년대 세대는 아니다. (난 88)

그런대도 터보와 쿨, 김현정, 김건모의 노래를 듣는 동안 울컥 하고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앞을 향해 한참 달려가야할  20대와 30대마저 추억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건

단순히 추억때문만이 아니리라.


누구 말마따나

90년대야말로 풍요의 마지막 시대,

아날로그가 저물어가는 시대였기에

사람들은 그 시절의 풍요와 낭만을 그리워하는 것일 게다.

적어도 그 시절엔

댄스 음악에도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노래에도 다양성을 인정할 만큼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넘치던 시절이었으니까.


덧. 토토가 방송을 본 후에야 터보 김종국이 왜 공익이었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악덕 기획사의 횡포에 짓눌려 엄청난 강행군을 하느라 허리디스크가 왔고,

허리 디스크 환자들은 살기 위해 허리 근육을 키울 수밖에 없어 운동을 하게 된 거라고.

물론 그 시절 우락부락한 매니저로부터 맷집을 키우기 위한 것도 한몫을 했지만.

그러나 여전히 그 기획사의 사장은 건재하다.

때문에 밥한끼때문에 그룹을 나와야했다는 김정남의 돌려말하기가 안스럽기도 하다.

토토가를 계기로 터보가 다시 흥하기를. 물론 다른 가수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