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빠진 드라마 <탐나는 도다>

https://dia-na.tistory.com 2009. 8. 30. 15:02

제주도에 서양인이 표류해왔다면?

 

이란 물음표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드라마는 여러 시청자들의 지적대로 시청시간대를 잘못 고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에 빠지면 일의 우선 순위를 망각하는 내 성격을 아는 지라 일부러 주말 드라마를 멀리해왔는데,

 

우연히 <탐나는 도다> 5회를 시청하면서 포옥 빠져드게 되었다.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이렇다.

 

 

인조반정(1623)이 있고 나서  광해군이 강화를 거쳐 제주도에 유배되었던 시기다.

사회선생이지만 전공이 일반사회인지라 역사감각이 떨어져 이 시기 정치적 세력관계를 알려면

책을 다시 뒤적여야겠지만,

드라마에 미친노인네로 광해군이 등장한다.

모 블러그에서 읽어보니 광해군은 1641년 인조 19년에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는 걸로 나와있다.

캡쳐사진의 배는 영국인 '윌리엄'과 그를 안내하는 동인도회사 소속 상인이자 일본인으로 나오는 '얀'이

나카사키를 향해 가고 있는 상선이다.

물론 일기상태가 악화돼 이 배는 난파되고

두 사람은 제주도에 표류하게 된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산방골이다.

뒤편에 아기자기하게 생긴 산이 산방산일 것이다.

(몇년 전 다녀온 기억을 거슬러보면 산방산 아래에

하멜이 표류해온 배를 관광코스로 넣어두었던 것 같다.

하멜도 이 마을 어딘가에 표류해 왔었나 보다.)

제주도는 다공질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섬이라 물이 귀해 논농사가 어렵기도 해서

볏짚을 구하기 어려울 터라 지붕을 이은 건 볏짚이 아니라 띠라고 불리는 억새다.

그러나 논농사가 흔하다 해도 볏집으로 이엉을 올릴 경우 비가 많이 내리는 제주의 특성상

볏짚은 썩기 쉽기 때문에 볏짚보다 '띠'가 적합하다는 얘길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CG로 처리했을 산방골의 모양도 이쁘기 그지 없다.

 

 

드라마의 등장인물은 이렇다.

 

 

1. 버진 - 조선시대 미인상과 거리가 먼 동그랗게 쌍꺼풀진 눈과 섹쉬한 입술을 가진 젊은 처자.

제주의 딸들은 모두 잠녀(해녀)의 운명을 지고 태어났지만 영 소질이 없어 구박을 당해

제주를 떠나고 싶어한다. 그 때 나타난 윌리엄과 박규

 

2. 윌리엄 - 동양 도자기 (요강을 보물로 생각함)에 매료된 영국 도령.

일본인 친구 얀을 따라 나카사키로 향하던 중 난파를 당해 제주에 표류된다.

발견 즉시 관아로 잡혀가 한양으로 압송되어 처형될 수도 있는 운명이지만

버진에게 먼저 발견되어 숨어 지내고 있는 중이다.

 

 

 

3. 박규 - 초시,복시,전시 에서 모두 장원을 한 수재.

제주의 진상품 도난 문제가 심각해지자 인조가 암행어사로 제주에 파견한 인물.

한양에서 여인 꽤나 울렸을 박규는 암행을 위해 부녀자 희롱죄로 제주에  귀양살이 온 양반으로 나온다.

제주에서는 귀양온 양반을 '귀양다리'라고 호칭한다.

버진네 집에 기거하면서 묘한 감정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중.

그러나 버진은 아직 그의 본심을 모르는지 모르쇠하는 건지...

 

 

 

 

 

4. 서린 상단 - 조선상권을 쥐락 펴락 하는 큰 상단인데,

제주 진상품 도난의 진범이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진 바는 없다.

장차 박규와의 한판이 예상됨.

 

 

 

 

 

 

 

 

제주의 유명한 똥돼지 얘기가 여기에서 적나라하게 나온다.

시커먼 돼지가 코를 킁킁되는 뒷간에서 볼일을 해결 못한 박규도령이

바닷가에서 요강을 발견하는 순간 복받치는 희열을 감추지 못하고

격하게 기뻐하며 달려가는 모습과

아직 요강의 정체를 모르고 자신의 보물을 되찾게 되어

기뻐하는 윌리엄의 캐리커쳐가 멋진 드라마 1회의 마지막 장면.

 

짜임새 있는 극본,

완벽한 캐스팅,

완성도 높은 화면 구성과 전개.

 

뭐 흠잡을 데 없는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를 사랑할 시청자는 주말 리모콘권력을 행사할 주부가 아니고

10대와 20대 젊은 그들일 터인데 어쩌자고 주말 저녁에 편성을 했는지 모르겠다.

설마 한자리수 시청률로 조기 종영 뭐 이딴 거 하면 안되는데...

 

인물 포스팅을 올릴까 했는데,

1회에선 그닥 멋진 포즈가 없어 필요한 컷만 캡쳐를 했다.

(이거 걸릴라나?)

 

 

 * 원작 만화가 있었군요. 정혜나 작가의 <탐나는도다> 펜 싸인회도 하시고... 20대 초반인 것 같은데, 우리 만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