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시사회 후

https://dia-na.tistory.com 2009. 9. 24. 13:18

 

 

TV 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습성을 떨치기 위해

정해놓고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황금어장'이다.

무릎팍 도사보다 '라디오스타'의 거침없는 수다가 맘에 들어 오는 잠 쫓아가며 본방사수를 하기를 수 개월.

언제부턴가 무릎팍 도사는 장르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표상을 찾아

예능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을 초대해 그들의 삶을 풀어가는 걸 보며

토크쇼로 진화하는 '무릎팍도사'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드는 중이다.

 

수애는 이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 주 무릎팍을 찾았다.

아주 이쁜 얼굴이 아님에도 그만이 가진 차분함과 성실함만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선 것을 신기해 했던 배우.

그러다 어딘가에서 수애의 매력은 7,80년대 미녀 트로이카 중 한 사람이던 정윤희의

촉촉한 눈망울을 연상시키는 것이라는 글을 읽고서 그제서야 그녀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영화시사회는 홍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렸다.

 

이 나이에 들어서면 늦은 저녁에 불러낼 친구가 없다.

너무 멀리 살거나, 아니면 가까이 살더라도 마침 지금이 중고딩 자녀들의 중간고사를 앞둔 시즌이라

그녀들을 불러내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몇몇 가능한 인맥을 떠올린 후 올해 타 지역으로 전근가신 선생님을

야자감독시간을 옮기게 하여 불러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설득으로.

 

 

 

 

기존의 드라마가 명성황후의 뛰어난 외교감각과 정치적 수완,

그리고 한나라의 국모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숨져갔던 강인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인간 '민자영'(명성왕후의 실명)의 숨겨진 사랑을 풀어나가고 있다.

황후와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의 사랑.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

이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종족번식을 위해 끊임없이 다른 곳에 눈길을 던지는 남자들의 본능때문에)

무모한 열정이기에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같은 남자들이 영상속을 누비나보다.

 

원작은 무협지 스토리작가로 유명한 야설록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려는 듯한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그리 느껴졌다.)

 

 

외척세력에 의한 세도정치로 무너져가는 정세를 잡기 위해

흥선대원군은 며느리를 간택할 때도 외척세력이 없는 처자를 물색한다.

민자영.

그녀는 혼례를 앞두고 두려움을 떨치고자 혼자서 바다를 보러 나들이길에 나선다.

 

나룻터에서 만난 남자 무영.

그는 어렸을 적

천주교신자였던 엄마가 관군에 의해 무참히 목이 잘려가는 장면을 목도한 후

타인의 의뢰를 받고 살인을 하는 자객의 길을 걷고 있다.

나룻터의 뱃사공은 직업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술인듯.

그곳에서 그는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인 운명의 여인 민자영을 만난다.

그의 어려서 이름은 요한이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빛을 잃어 이름도 없다며 '무명'이란 이름으로 살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저곳은

세계적인 습지로 보호받고 있는

창녕의 우포늪이다.

환경운동단체의 허가까지 받고 지역주민들의 헌신으로

어렵사리 이 영화의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저곳이 어딜까 참으로 궁금해했었다.)

 

다음에 펼쳐졌던 바다장면.

신두리 해안 사구로 군사보호지역이라 어렵사리 촬영을 했다던데

그 장면은 캡쳐를 하지 못했다.

멋진 장면이었다.

 

 

대쪽같은 흥선대원군 역할을 맡은 천호진

 

영화는 관객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 나라의 근대사는 다들 알고 있지유?

세도정치-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와의 갈등 - 임오군란- 아관파천

뭐 이런 것 들 말여.

이 정도는 알아야 대한민국 국민 아니겄어?'

 

때문에 영화를 자알 감상하려면

이 시기의 시대사를 한번 훑고 가는 게 좋을 듯 하다.

영화속 임오군란은 흥선대원군의 며느리 암살작전처럼 오인될 여지가 있다.

 

 

 

국혼을 올리는 명성황후

그러나 고종은 첫날밤 그녀를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녀를 찾지 않는다.

 

그사이 그녀를 잊지못하는 무명.

그는 대원군을 찾아가 대원군 휘하의 최고 무사 '뇌전'과의 한판을 통해

이길경우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 청을 한다.

뇌전과의 결전대신 조총을 막아낼 방어조끼의 임상실험에 나서서 살아남으면

들어주겠노라는 대원군의 제안을 기꺼이 수락한 무명.

살아남아 소원대로 궁을 호위하는 금위군이 된다.

오직 그녀를 가까이 지켜보기 위해서다.

 

 

 

대원군은 조용히 왕비자리를 보전할 줄 알았던 며느리가

서양의 대사관 부인들과의 사교를 맺고 서양 문물 에 호의적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그녀의 집안을 송두리째 날려버린다.

예정된 연회에 불참하지 않고 눈물을 삼키고 참가하는 명성황후(아직 이명칭은 아니나 통일성을 위해)-잠시후에 저 빈자리에 앉는다.

 

 

 

초코렛을 맛보는 그녀.

넘치는 호기심과 사고의 개방성이 보여주려는 장면.

 

 

 

초코렛에 이어 코르셋에도 도전.

난생처음 허리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쑥쓰러워 한다.

 

 

 

대원군의 오른팔 뇌전.

연극배우 출신이라 내공이 만만치 않다.

 

 

 

황실에 전기가 들어오던 날

대원군 휘하의 뇌전과  황후 호위 무사 무명과의 대결이

본의 아니게 연회장안에서 펼쳐진다.

 

무명은 대원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당한 명성황후의 회한을 풀어주기 위해

뇌전과의 일전을 벌인 것인데, 그들의 무공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지붕위를 넘나들다 연회장안까지 뚫고 들어오게 된 것.

 

 

 

영화속 무명이 잡고 있는 칼은 무쇠칼이다.

장도에 비해 무겁고 짧아 싸움에 불리할 듯 한데도 저 칼을 고수하는 걸로 보아

원작에 설명이 있을 듯 하다.

 

 

감독의 욕심이 지나쳐 보이는 장면.

연회장에서의 싸움은 시공을 넘어 이런 무림의 격전지로 옮아간다.

조금 황당한 설정.

 

 

 

개방을 하려는 황후와

쇄국을 고집하는 흥성대원군.

그는 끝내 휘하의 무리를 이끌고 궁에 진입하려 한다.

그를 막아서는 무명.

그는 일찌기 임오군란 당시 위기에 처한 황후를 들쳐업고 피난길에 나서는 통에

단둘이 사나흘을 보낸 이력이 있어

둘 사이를 음해하는 집단들의 소문이 무성했다.

 그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이 결전을 감행한다.

(조금 이해가 안됨)

결투씬이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아낙이 휴대전화를 받았다.

금새 끊겠거니 했는데, 계속 통화를 한다.

집중이 되지 않아 싸한 눈길을 보냈는데도 꿈쩍하지 않고 통화를 계속한다.

뭔가 제지를 해야지 싶어 손잡이를  한번 치며 주의를 줬다.

그러자 이 처자 반응.

" 왜 화를 내고 난리야, 참 나"

'참,나'는 누가할 소린데...

 

이 소란통에 한동안 스토리를 놓쳤다.

옆에 앉은 남친도 무심하다.

주의좀 줄 일이지. 여친이 그토록 무식한 행동을 하도록 놔두다니...

 

 

영화에선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비가 내리는 우포늪은 처연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

 

 

일본과 척을 세우는 명성황후가 부담스러워진 일본은

명성왕후 암살 계획을 세운다. '여우사냥'

 

일설엔 민씨 일가가 방탕하게 놀다가 변을 당했다고도 하는데,

드라마나 영화속에선 총명하고 의연한 황후의 기품을 잃지 않는다.

 

일본 낭인들에 의해 시해되었다는 기존의 주장과 달리

실제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사람은 지식인층이라고 한다.

 

또한 잔인하게 난자된 것이 아니라

능욕을 당한 뒤 불태워진 것이라는 증거자료도 나돈다.

한나라의 왕비를 그토록 파렴치하게 살해한 행위는

일본인 스스로도 인정하기 싫어하는 부분이라 관련 문서는 쉬쉬한다고 한다.

 

왕비의 죽음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왕실

그 속엔 끝까지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그녀를 지켜려 했던 순정의 사나이

무명이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점은 높게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위 장면은 극중 전개가 아니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장면이다.)

 

원작이 존재하고

캐스팅 또한 무리가 없어보이는데

영화는 모두 따로 노는 분위기다.

 

무명과 뇌전의 싸움은 화려하고 정교하여 탄성을 자아내지만

극중 개연성은 다소 떨어진다. 왜 이 부분에 긴 시간을 투입했는지 모르겠다.

 

미장센이라고 하는 부분 또한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 부분이 잘 부각되지 않는다.

 

항간엔 고종과 명성황후의 정사신이 화제다.

5분동안 보여지는 이 장면은 황후에 대한 무명의 감정을 알아챈 고종이

질투를 느끼며 비로서 그녀에 대한 애정을 깨닫고

황후를 시종 호위하는 그가  들으라는 듯이 벌이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원작 스토리를 너무 충실하게 따라가려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듯 연결성이 떨어진다.

 

안타깝게도 감독의 연출솜씨가 아쉬울 따름이다.

이 좋은 소재를 이렇게밖에 못 살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