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김형숙, 뜨인돌, 2013

https://dia-na.tistory.com 2013. 9. 1. 12:04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저자
김형숙 지음
출판사
뜨인돌 | 2013-01-2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구 PC뷰어 및 전용 단말에서는 이용이 불가능 합니다★ 19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불혹과 지천명 사이의 나이에 들어서게 되면 '죽음'에 대해 진지해진다.

이십대가 어떻게 살아야할까가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잘 살까 (잘 마무리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저자는 19년간 대부분을 중환자실에서 보낸 간호사이다.

그가 경험했던(지켜봤던) 유년시절의 죽음에 대한 기억부터 첨단 시설로 둘둘 감은 현대인의 죽음을 반추하며

'잘 죽는 것'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서문에서

1장은 현대적 의료기술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던 산골에서 어린 시절 경험한 죽음에 얽힌 이야기로 그 때는 죽음을

- 무력할 만큼 분명하게, 누구나 당연하게,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였다는 것

- 그렇게 맞이한 누군가의 죽음 앞에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별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2,3장 중환자실에서 환자들이 보낸 마지막 시간과 임종, 임종 전후 상황과 간호사로서 경험한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적극적인 치료를 목적으로하는 금성기병원의 중환자실이라는 제한된 상황에서나마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임박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잘 이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도 보여준다.

 

나머지 장에서는

누군가의 보호자로서가 아니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하면 좋을지

 지금 내가 죽음을 준비한다면?’ 하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그 끝에 사전의료지지서 작성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볼 것을 제안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갈무리해 두었던 부분이다.

1장 자연스러웠던 죽음을 추억하다

 

우리는 애도하면 살아갈 힘을 얻었다

 

p34 나는 늘 죽음 자체보다도 즉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이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되는 상황을 더 두려워했다. 그건 지금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이다.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더 문제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내겐 자신이 죽음 앞에 서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고통스런 연명치료를 받다 중환자실에서 갑자기 임종을 맞는 마지막은 무엇보다도 피하고 싶은 길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에 본 죽음들은 달랐다. 죽음은 늘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찾아왔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임종은 외로움도 고통도 덜해 보였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죽음일지라도 장례과정이 열려 있었다. 그러면서 상주들은 온몸으로 애도하며 죽은 이와 작별하고, 그 힘으로 다시 살아내는 것 같았다. 어린아이들까지 포함되니 구경꾼들고 그렇게 죽음과 삶을 배우며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금에 비해 그 시절은 한 생애를 살다간 망자에 대한 예우가 가장 극진했던 시대이기도 했던 것 같다.

 

2장 중환자가 된다는 것, 나에 대한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것

  이 책 제목이 모든 걸 함축하고 있다. 중환자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 '자유 의지'를 가졌던 인간 고유의 특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환자가 받을 충격을 감안해 실제 병의 상태나 수술을 앞두고 그 수술이 잘못될 가능성에 대해 환자에게 사실대로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가족과 변변한 이별을 나누지도 못한 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폐암 말기 선고를 그 전에 받았고 우리 가족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알고 계셨던 듯 하다)

아버지에게 사실을 전하지 않았으면서도 내가 그 상황이 된다면 나는 나에 관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형제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

아마도...

다들 그 상황에 처하면 사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래야 주변 정리를 하고 마음 편히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 터이니...

 

3장 중환자실에서 죽는다는 것, 이별하기 어렵다는 것

-그에게도 작별할 시간이 필요하다

란 글에서 '기도삽관' 시술이 나온다.

 

기도삽관 : 환자가 자발호흠을 할 수 없는 경우 기도에 관을 삽입하여 호흡을 도와주는 시술

이 시술을 하게 되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유언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 를 이야기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환자의 자기결정법 제정 :

환자는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하여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할 수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완화치료를 선택하고 편안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하여 의사는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는 병원 어디나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고 환자들이 작성한 사전의료지지서는 의무기록에 포함되어 달느 의료 기관으로 이송시에도 함께 보낸다고 한다.

 

'종종 환자의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요청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라 때가 있다. 대개 임종하는 순간에 가족이 곁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며 심폐소생술을 원하는 경우였다. '

 

책을 읽다보면 불필요한 연명치료가 환자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에 대해 공감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심폐소생술이 환자가 아니라 가족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용도가 참 많았겟다는 생각도 들었다.

  

4장 죽음이후, 당신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

- 그들이 사랑하는 살마 앞에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어째서 가난한 이의 마지막은 더 고단한가

-우리는 왜 그 형을 비난 했나

  동생의 뇌사판정을 받아 자신의 신부전증 치료를 위해 신장 이식을 받고자 했던 형의 사례

 

5장 다른 가능성들   

- 할머니의 자기 결정

- 병원 안에서도 평화롭게 이별할 수 있다.

-DNR(심폐소생술 금지) 동의서의 부적 효과로 환자 회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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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88234란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자'  

이것이 지천명에 이른 나이가 되면 나누는 덕담이라고 한다.  

누구도 치매상태나 식물인간인 채로 주위에 누를 끼치며 천수를 누리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앓는 2~3일을 중환자실에서 각종 호스를 주렁주렁 달며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은

유산분배 말고도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미리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호스피스제도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것도 소득.

 

중환자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유려한 저자의 필력탓인지 뭉클한 장면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