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극과 극의 체험 <내일을 위한 시간> vs <무드 인디고>

https://dia-na.tistory.com 2015. 1. 20. 01:37

지난주에 본 영화다.

연달아 본 세편의 영화가 유럽영화.- 나머지 한편은 다음에.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


상영관은 많지 않으나 거의 모든 신문에 이 영화가 기사화가 된 이유는

영화의 내용이 전지구적 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휴직중인 산드라.

복직을 앞둔 금요일 공장에서 1000유로의 보너스를 받기 위해 동료들의 대부분이 그녀의 복직 반대쪽에 투표를 던졌다는 소식과 함께

투표 과정이 공정치 않아 월요일에 재투표를 하게 되었으니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을 만나 설득해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영화는 주말 동안 동료를 설득하기 위해 그들을 만나는 산드라의 고단한 시간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원제는 Deux jours, une nuit  = Two Days, one Night 이다.

- 난 또 제목에 집착한다.  1박 2일로 번역하기엔 오락물이 떠오르고 그대로 내 보내자니  우리나라 영화 제목 관례 상 쓸데없는 에로 영화를 연상시켰을 것 같기에 쌩뚱맞은 제목을 뽑아야 했을 거라고 제멋대로 추리한다.


프랑스어 영화기에 당연히 배경이 프랑스인 줄 알았는데,

벨기에 영화다. 배경도 벨기에의 중소도시.

아시아로 제조업 공장이 이전하면서 유럽의 군소 공장에 불어닥친 고용 악화 상황이 산드라를 코너로 몰았다.

영화에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졌다는 다르덴 형제 감독이 이 영화에서는 두 곡정도를 썼다.

배경음악이 아니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프렌치 팝이고 그나마 한곡은 잠깐 나오다 꺼버리기 때문에 영화 배경음악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 그들의 이런 음악에 대한 원칙이 극적 사실감이 더 높이는 것 같다. 음악이 배제되어 감정과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된다랄까.


영화를 보며 놀라웠던 건,

유럽의 악화된 경제상황 말고도

우울증에 걸려 무기력하고 자포자기 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화를 내지 않는다는 거다.

일부러 참는 것 같지도 않다. 온전한 사랑과 배려를 보여줄 뿐이다.

-그러면서도 주택대출금을 갚기 위해 당신은 꼭 복직해야한다며 아내를 일으켜 세울 땐 좀 얄밉기도 했었다.

영화니까 그럴거라고? 

글쎄...


영화 <무드 인디고>


협동학습 연수기간에 두 편의 영화를 봤다.

비교체험 극과 극이랄까.

< 내일을 위한 시간>이 남루한 현실을 그대로 투영했다면

<무드 인디고>는 일상 탈출이다.


모든 영화는 이 두개의 다리 사이를 오가지 않을까.

현실을 고발하던가, 아니면 환타지를 보여주던가.


 


한동안 영화를 보지 않아 몰라 봤던 남자 주인공역의 로망 뒤라스는 프랑스 영화계의 대세남이라고 한다.

약간 주걱턱을 연상시켜 훈남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에서 오히려 그의 진가가 도드라진다.


무드 인디고는

사랑의 단계를 비비드, 파스텔, 모노, 무채색으로 나누어

콜랭과 끌로에의 달콤한 사랑이 무채색의 죽음으로 끝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가 그려낼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려는 듯

화려한 색상과 어머!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올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로 장식되어 있다.

하지만, 뒷부분으로 가면서 초기의 강렬한 상상력이 힘을 잃은 느낌이다.

마감에 쫓겨 마무리를 대충 한 듯한 느낌이랄까.

뭐 죽음이 무채색이라 그랬어! 라고 따지고 들면 할말은 없지만...



 

               주인공 콜랭과 끌로에가 첫 데이트에 탔던 구름 모양의 비행선(?)과 연주에 따라 다양한 칵테일이 제조되는 칵테일 피아노.

               연주가 삑사리 나면 맛도 퉤!가 된다.



이 영화는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을 영화화 한 것 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영상이 나오나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재기엄치는 영상을 가득 채우는 듀크 엘링턴의 재즈곡도 영화의 사랑스러움을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오른쪽 일러스트는 다음 영화에서 가져옴.-


<무드 인디고>는 한겨울에 잠시 따듯한 휴양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한여름 밤의 꿈같다고나 할까.


혹자는 말하기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한다.

여행과 책

여기에 굳이 한두 가지를 더 넣으라면 나는 영화와 음악이라고 하겠다.

여행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낯선 것과의 만남은 늘 규칙화하여 뇌사용을 간결하게 하려는 우리의 뇌구조에 파문을 일으켜 새로운 생각을 낳게 한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낯선 상상을 그려낸 영화를 만나보는 것도

뇌에 작은 파문 하나를 그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