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와일드>- 엄마는 딸의 네비게이션

https://dia-na.tistory.com 2015. 1. 23. 21:35

매주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영화가 개봉을 한다.

이럴 때 누군가가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영화를 소개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게 영화를 안내해 주는 이는 MBC FM < 배철수의 음악캠프> 월요 코너에서 영화를 소개해주는 김세윤씨다.

한겨레 신문에서도 그의 글을 볼 수 있어, 라디오로도 만나고 신문으로도 만난다.

100% 그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한 자본에 밀려 흔적없이 사라지는 아름다운 영화를 건질 수 있어 월요일 저녁, 7시가 넘으면 라디오에 귀를 쫑긋한다.

그런데 지난 2주 동안 월요일 저녁 라디오를 지키지 못했다.

하여 처음으로 다시듣기로 들어가 김세윤씨 코너만 새겨 들었다. (<다시듣기>에서 음악은 저작권문제로 지원되지 않는다.)

그가 이번주에 소개한 영화는 <와일드> 다.


♧ 원작도 읽고 싶어져 <와일드 >

2012년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2.0의 첫번째 책으로 선정되어 널리 읽혔고

표지의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뉴욕 타임스> 논픽션 1위에 선정되어 유명세를 떨친 저작을 바탕으로 영화화 했다.

논픽션 1위에 빛나니 당연히 이 책과 영화의 내용은 셰릴 스트레이드의 4,000km가 넘는 실제 도보 여행기이다.

한반도의 남북 길이가 1,170Km 이니 한반도의 약 4배 길이를 걷고 또 걸었다.


지난 월요일 배캠 코너에 나온 김세윤씨가 이 영화 소개 말미에 엄마는 자식의 네비게이션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이 영화는 부모가 꼭 봤으면 한다기에 서둘러 예매했다.




영화의 줄거리를 다 알고 들어가도 영화를 보는데는 지장이 없다.

책 내용과 영화 내용이 같아서 책소개에 나온 글을 퍼 왔다.


♧ 알고 봐도 상관없는 책과 영화의 줄거리


여기 26세의 나이에 인생의 모든 걸 송두리째 잃어버린 여자가 있다.

아버지의 학대에서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기쁨도 잠시, 처절하게 가난했지만 꿈과 행복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준 엄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어둡고 어두운 절망과 방황이 찾아왔고, 남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사랑했던 남편과도 헤어진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도, 한 남자의 아내로 살겠다는 행복도 모두 사라지고 인생의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그녀.

그렇게 하염없이 무너지던 어느 날 그녀는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 너머에 이르는, 4,000킬로미터가 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홀로 걷겠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9개의 산맥과 사막과 황무지, 인디언 부족들의 땅으로 이루어진 그곳으로 배낭을 메고 떠난 그녀는 온갖 시련과 고통, 두려움, 외로움과 싸우면서 자기 삶에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회복해나가기 시작한다. 마침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마지막 끝에 선 그녀는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새로운 삶과 조우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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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에 이르기까지 4,285km에 이르는 장대한 도보 여행 코스다. 9개의 산맥과 사막과 강과 협곡, 황무지, 인디언 부족들의 땅으로 이루어진 그곳은 배낭여행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걷고 싶어 하는 꿈의 코스다. 그곳엔 사계절이 공존한다. 폭염과 폭설, 아름다운 들판과 끝 모를 사막, 무성한 숲과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 방울뱀과 곰과 퓨마가 여행자들을 시련과 모험, 용기와 도전으로 이끈다. 이처럼 예측 불허의 모험 길 위에 한 가녀린 여자가 자신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서 있다. 그녀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인생의 가장 높은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필사적으로 올라선다. 발톱이 모조리 빠지고 몸의 온갖 군데가 터져 나가며 피가 흐른다. 타는 듯한 갈증과 굶주림을 견디고 야생동물과 맞서 싸우며 그녀는 상실의 삶에서 회복의 삶으로 나아간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대자연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드라마틱한 인연을 통해 마침내 그녀는 삶의 가장 극적인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의 가장 높은 절벽에 서서 외친다. “인생이란 얼마나 예측불허의 것인가. 그러니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내버려둘 수밖에.”


대륙의 웅장함이란 도보여행의 사이즈에서 나오는 것 같다.

장장 94일 동안을 걸었다.

그녀를 걷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PCT 도보길에 만난 여성 여행가에게 그녀는 엄마 이야기를 한다.


♧ 엄마는 자식의 네비게이션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모두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자주 넘어진다.

그 순간마다 내가 너무 늦지 않았는지, 내겐 영영 기회가 오지 않는 건 아닌지 불안해 한다.

그럴때 저런 말을 해 주는 엄마 혹은 어른이 있다면 좀 힘이 되지 않을까?

"너도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아름다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어." 라고.


길위로 떠나는 여행이 깨달음을 주는 이유는

그곳에서 다양한 인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통해 내안의 그들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셰릴은 숲속에서 우연히 할머니와 트레킹을 하는 어린 꼬마를 만난다.

엄마가 자주 불러줬다는 노래를 불러주는 꼬마를 보내며

그녀는 다시 돌아기신 엄마를 떠올리며 오열을 한다.

그녀의 엄마는 늘 사이먼 & 가펑클의 El condor pasa를 부르곤 했다.

돈도 직장도 미래도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살면서 행복하다며 노래하는 엄마에게 셰릴은 주정뱅이 아빠를 만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득도한 현자와 같다.





만약 엄마가 "너희 아빠 만나서 엄마 인생이 이렇게 꼬였다!" 라며 자신을 합리화하는데 급급해 하면

아이는 자신을 엄마 아빠의 실패작이라고 자책할런지도 모른다. 아이의 자존감도 함께 무너지면서.

딸보다 많이 배우지 못한 엄마는 이럴 때 딸보다 더 현명하고 위대하다.

(그래서 김세윤씨가 부모가 봐야할 영화라고 했나보다.)


늘 미소와 노래가 끊이지 않던 엄마가 딸에게 남긴 충고는 딱 하나다.







 

정신적 지주였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진흙탕속에 자신을 내동댕이 쳤던 딸이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찾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는 이유도 엄마의 유언과도 같은 저 말 때문이었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나는 몇 가지들


3개월간의 여정을 마치고 길위의 시간들을 책으로 펴내 전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셰릴은 성공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때까지 자리를 지켜야한다.

진짜 셰릴의 스틸 사진을 만날 수 있으니까.

아래는 네이버 영화에서 캡쳐한 영상으로 도보여행시절의 그녀가 훨씬 젊고 날씬하며 사랑스럽다.




내게는 <금발이 너무해>의 통통 튀는 금발 아가씨로 기억되는 리즈 위더스푼이 셰릴 역을 맡아 고군분투 했다.

그녀는 영화의 주연일 뿐만 아니라 제작자 이기도 하다.



PCT 트레킹 중간 중간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셰릴.

첫번째 방명록에는

"몸이 그대를 거부하면 몸을 초월하라." -에밀리 디킨스 & 셰릴 스프레이드

라고 글을 남겼다.

그녀의 뒤를 따라온 도보 여행자들은 그녀의 방명록의 글귀를 읽으며 그녀를 PCT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엄마가 좋아했던 제임스 미치너의 글도 남겼다.

" 예상한 일에도 완벽한 대비는 불가능한다."


늘 문학 작품의 일부를 인용하던 그녀는 마지막 방명록에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남긴다.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 내게 말해줘요.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으로 무엇을 할 작정인가요?"

이제 누군가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3개월의 여정이라 성인의 키높이 정도의 무거운 베낭을 짊어진 셰릴에게 베테랑 아저씨는

빼놓고 가도 좋을 물품들을 정리해준다.

그 중에서도 책은 읽은 부분은 찢어 버리라고 한다.

삶의 길모퉁이마다 자신보다 한발 앞서 걸어간 선배의 말은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우.

여자 혼자 떠나는 도보여행길은 남자보다 더 큰 위험이 뒤따른다.

힘겨워할 때마다 나타나곤 했던 여우.

어쩌면 저 여우는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두고 떠나는 게 마음 놓이지 않은 엄마의 영靈 이 아니었을지.


♧ 사십대가 넘었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엘 콘도르 파사




마지막으로 엘 콘도르 파사.

사이먼 & 가펑클의 가사는 원작을 살짝 바꾼듯 하다.

 
엘 콘도르 파사

70년대 유행했던 팝송 중에 사이먼과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사’가 있다. 번역하면 “콘도르 새는 날아가고”인데 그 가사 중 일부이다.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 / Yes I would If I could / I surely would / I'd rather be a hammer than a nail / Yes I would If I could / I surely would”(달팽이 보다는 참새가 되고 싶어요 / 맞아요!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요 /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 못이 되느니 망치가 되고 싶어요 / 맞아요!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고 싶어요 /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원래 이 노래는 잉카제국의 후손들이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 전쟁을 벌이다 실패했던 영웅을 추모하며 부른 전통노래에서 그 가사를 빌려 왔다고 한다. 원래의 노래 가사이다.

“인간의 발에 짓밟히는 달팽이 보다는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참새가 되고 싶고 / 두들겨 맞는 못 보다는 망치가 되고 싶고 / 모두가 밟고 지나가는 길 보다는 인간의 발이 미치지 못하는 숲이 되고 싶고 / 죽어서 원혼이 되기보다는 한 순간이라도 더 땅을 밟고 서 있고 싶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rpastor&logNo=220237606906



영화속에서 자주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유를 원곡의 가사에서 알겠다.

잉카제국의 후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을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니까.



♧ 내가 딸에게 해 주는 말


" 친구를 네가 선택해 !

  선택당하지 말고."


                                      

오래 전 TV로 킴 베싱어가 나오는 <꿈꾸는 아프리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케냐로 이주해 살고 있는 재혼한 킴 베싱어와 벵상 페레 사이에는 아들이 있는데

아마도 국제 학교로 아들을 배에 태워보내던 장면이었던 것 같다.

양아버지인 벵상 페레가 아들에게 당부를 한다.


" 친구를 네가 선택해 !

  선택당하지 말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그 실화가 발목을 잡아 영화의 재미를 놓치긴 했지만,

나는 뱅상 페레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딸에게 , 반 아이들에게 가끔 이 말을 해준다.

"친구를 네가 선택해! " 라고.


학교 현장에 있다보면

세칭 노는 아이들의 부모가 하는 말은 한결 같다.

" 우리 애는 착한 데, 친구를 잘못 만나가지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쎈 아이들이 친구를 선택할 때는 끼가 있으면서 좀 만만한 아이에게 먼저 접근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을 먼저 걸기 보다는 걸어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쎈 아이들이 내미는 손을 고마워하며 덥썩 잡는다.


그러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 새학기가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군가가 손을 내밀기를 기다려.

그러니까 친구하고픈 애가 있으면 먼저 다가가.

그리고 그 친구에게 어울리는 네가 되도록 노력해 봐.

그러면 서로에게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  "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