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플라톤의 『향연』 /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16>

https://dia-na.tistory.com 2015. 11. 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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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년 전 사랑에 대한 취중진담의 기록

 

힐링 시대 마음의 고전 <16> 플라톤의 『향연』

 

 

독일 화가 안젤름 포이어바흐(1829~80)가 그린 ‘향연’(1871~74). 베를린 구(舊) 국립미술관 소장.

 

 

우리말 사전이 정의하는 심포지엄은 “특정한 문제에 대하여 두 사람 이상의 전문가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발표하고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토론회”다. 오늘날 딱딱하고 진지한 느낌을 주는 심포지엄은 ‘술잔치’를 뜻하는 그리스 말에서 나왔다.

 

심포지엄은 고대 그리스 상류 사회의 풍습이었다. 목적은 음주가무였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7~9개 소파에 기대어 만찬을 즐긴 다음 게임도 하고 피리 연주도 감상했다. 이들은 물로 희석한 포도주를 마셨다. 포도주 원액을 마시는 것은 천하다고 여겼다. 손님이 원하면 여흥을 위해 나온 여인들과 잠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말에 “취담(醉談) 중에 진담(眞談)이 있다”고 했다. 고대 아테네 사람들도 술에 얼근해진 기운을 빌려 정치·철학·사랑 같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벌였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포지엄은 ‘철학의 아버지들’ 중 한 명인 플라톤(기원전 427년께~347년)의 『향연(饗宴·Symposion·Symposium)』(기원전 384년께)에 기록됐다.

 

때는 기원전 416년 겨울. 비극 작가 아가톤이 주신(酒神)인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벌어진 비극 경연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것을 기념해 아테네 명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손님 중에는 아리스토파네스처럼 작취미성(昨醉未醒)인 사람도 있었다. 의사인 에뤽시마코스는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건강에 나쁘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오늘만은 각자 원하는 만큼 마시자, 강권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가닥을 잡았다. 또한 여흥을 대신해 사랑의 신(神) 에로스(로마의 큐피드에 해당)를 찬양하며 사랑에 대해 논하자고 중지가 모였다.

 

 

『향연』의 한글판(왼쪽·천병희 역)과 영문판(옥스퍼드 월드 클래식·Oxford World’s Classics) 표지.

 

 

100% 허구일 가능성이 있지만 술잔치에 참가한 7명의 발표를 기록한 게 『향연』이다. 플라톤은 42개 대화편을 남겼는데(진짜는 25~28편으로 추정됨), 그중에서도 『향연』이 백미라는 평가가 있다. 『향연』이 대화편 중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완벽하다는 것이다. 『향연』은 플라톤이 철학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중기 작품이다. 초기 작품은 스승인 소크라테스, 말기 작품은 플라톤 자신의 사상에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

 

배꼽은 한몸이던 연인들 분리한 흔적

 

일반적으로 『향연』은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의 중심 문헌으로 이해된다. 반론도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 전문가인 로빈 워터필드에 따르면 『향연』은 플라토닉 러브와 무관하다.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 자체가 사랑에 대한 플라톤의 관점에 대한 몰이해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향연』의 주제는 사실 성애(性愛), 즉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성적 본능에 의한 애욕(愛慾)”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에로스는 사람을 송두리째 사로잡는 비합리적인 욕구였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어떤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낸다. 억지로 한 방향의 결론으로 몰고 가지는 않는다. 『향연』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에 대한 의견이 다채롭게 쏟아졌다.

첫 번째 발표자 파이드로스는 “사랑은 덕(德·virtue)에 도달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파우사니아스는 “사랑에는 두 종류가 있다.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 영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파이드로스는 에로스가 신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됐다고 했다.

반면 아가톤은 에로스가 가장 젊은 신이라고 주장했다. 에뤽시마코스는 사랑에 병자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역설했다. 아가톤에 따르면 사랑은 고대 그리스의 4대 덕목(cardinal virtues)인 정의·절제·용기·지혜의 원천이기도 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파이드로스는 “남자건 여자건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연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연인들로 군대를 구성하면 전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랑이 군사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파이드로스의 구상이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현대의 국방력도 ‘전우애’와 ‘조국애’를 강조한다.

 

언젠가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향연』에서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람이 원래는 남녀 두 종류가 아니라 몸이 붙어 있는 남남·남녀·여여 커플 세 종류였다고 주장했다. 남남 커플은 태양에서, 여여 커플은 지구에서, 남녀 커플은 달에서 왔다. 신들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우려한 제우스신이 커플들을 분리했다. 배꼽이 바로 분리의 흔적이다. 그래서 사람은 본래 제 짝을 찾을 때까지 외롭다. 제 짝을 만나면 절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이 신들을 숭배해야 하는 이유는 신들이 사람을 다시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사랑”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향연』의 중심 인물은 소크라테스다.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는 유일한 것은 사랑의 기예(技藝)다.”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기에 유일한 현자가 된 소크라테스가 한 말치고는 파격적이다.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생각을 분리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하고자 한 말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에로스는 신이 아니다. 신과 인간 사이의 전령이다. 에로스는 풍요를 아버지로, 결핍을 어머니로 삼아 태어났다. 사랑은 욕구의 한 종류다. 사람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갖고 싶어하고 가진 것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행복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진정 사랑하는 것은 아름다움(Beauty)이라기보다는 선함(Goodness)이다.

사람은 아름다움에 끌리지만 사랑은 아름다움보다는 선함, 덕(德)과 더 관계가 깊다. 사람은 선함을 일시적으로가 아니라 영원히 갖고 싶어한다. 뭔가를 영원히 갖고 싶어하는 것은 필멸(必滅)인 인간이 불멸(不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필멸인 인간이 불멸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식을 낳는 것과 영원한 예술·지식 같은 것을 낳는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는 도덕과 지식을 낳는 관계가 보다 숭고한 사랑의 관계다. 지혜를 사랑하는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지식이라는 자식을 낳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며 불멸에 동참하는 길이다.

 

『향연』은 이렇게 끝난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향연장에 들이닥친다. 이를 핑계 삼아 손님들은 하나 둘 귀가하거나 잠을 청한다. 소크라테스는 밤새도록 희곡에 대해 논한다. 다음날 그는 밤이 될 때까지 취침하지 않고 깬 상태에서 철학 활동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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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에게 배우는 사랑의 기술

-천상의 아름다움에 이르는 사다리, 플라토닉 러브

 

대상 꼭지 : 고교독서평설 12월호「철학의 지혜」
참고자료  : 플라톤지음, 박희영옮김,『 향연』(문학과지성사)
로이잭슨지음, 김지원옮김,『 30분에 읽는플라톤』(랜덤하우스코리아)
학습 목표  :①‘플라토닉 러브’의 의미를 알고, 플라톤이 제시하는 참된 사랑법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다.
               ② 플라톤의 사랑 개념에 기초하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사랑법을 분석하고,

                  그장단점을 파악하여 자기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랑법을 제시할 수 있다.

 

 

들어가는 글

 

사랑은 삶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E. Durkheim,1858~1917)은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주위의 사랑과 배려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이끈 힘은 사랑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는 밀(J. S. Mil, 1806~1873)은 헤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 부인과의 사랑의 힘으로『자유론(On Liberty)』을 쓸 수 있었다.

작곡가 브람스(J. Brahms, 1833~1897)의 음악에는 슈만(R. A. Schmann, 1810~1856)의 부인이었던 클라라 슈만(Klara Schuman)에 대한 연정(戀情)에서 얻은 영감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사랑 탓에 파멸에 이른 사람들도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장식하는 치정(癡情) 사건들이 그 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사랑의 감정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사랑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 육체적 사랑과 순간의 쾌락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사랑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플라톤의 생애와 사상

 

플라톤(Platon, 기원전 429?~기원전 347)은 아테네 최고의‘정치 명문가’에서 태어 났다. 아버지 아리스톤은 아테네 왕가의 후예였으며 어머니는 위대한 정치가 솔론(Solon,기원전 630?~기원전 560?, 아테네의 시인·정치가로, 아테네 민주주의의 기반을 닦은 사람으로 유명함)의 후손이었다.

그의 집안은‘뼈대 있을’뿐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도 지니고 있었다. 지금도 아테네 역사 기록에서 플라톤 친척들의 이름을 곧잘 찾아낼 수 있을 정도다.

 

나아가, 플라톤은 레슬링 대회에서 3번이나 우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운동에도 능했다. 플라톤이라는 이름이‘넓은 어깨’를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는 체구도 무척 당당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청년 플라톤의 조각상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외모도 무척 수려한 사람이었다.

 

이런 그가 정치가로 진출하는‘엘리트 코스’를 밟아 나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가 지망생의 이력서에 군 경력이 빠질 수는 없는 법, 그는 기병으로 전쟁에 3번이나 참가하여 훈장까지 탔다. 나아가 정치가에게는 풍부한 감성과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문학적인 호소력도 필요하다. 플라톤은 문학에도 소질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00?~기원전 750)1] 같은 시인의 작품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읽고 공부했다고 한다.

 

1] 호메로스_ 유럽 문학 최고인 서사시인『일리아스』와『오디세이아』의 작가. 두 서사시는 고대 그리스의 국민적 서사시로, 그 뒤의 문학, 교육,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스무 살 되던 해, 이 엘리트 소년은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69~기원전399)를 만나는‘충격적인’경험을 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조각상같이 아름다운 귀족 청년은 소크라테스를 만나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고 한다. 아마도 젊은 정치 지망생 플라톤에게, 모두가 타락해 버린 듯한 그 당시 아테네의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진리와 정의를 찾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이었을 것
이다. 그는 그 길로 자신이 공부하던 모든 비극 작품을 불살라 버리고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 뒤로 석수장이 출신의 못생긴 선생과 걸출한 귀족 제자라는,어찌 보면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사람은 8년 동안이나 같이 붙어 다니며 진리를 구했다.

 

기원전 404년, 플라톤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어 근 30년을 끌어 온 스파르타와의 전쟁은 아테네의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었다. 스파르타의 지원을 받는 독재 정부가 등장했고, 수많은 사형과 추방이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도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철학자답게 옳지 않은 견해에 대해서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았다.

 

플라톤이스물여덟살이되던해,‘ 그시대누구보다도정의롭던’소크라테스는독재 정부가 아닌 그가 그토록 다시 회복하려 노력했던 아테네 민주주의에 의해 독배를 마시고 말았다. 시민 500인으로 구성된 아테네 법정이 소크라테스에게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모욕했다는 죄명으로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은 청년 플라톤에게 걷잡을 수 없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가장 정의로운 이에게 사형 언도를 내린 아테네 민주주의에 대한 모멸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고의 진리에 따른 정치를 추구하던 그에게 이제 민주주의는 다수의 어리석은 자들의 통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이상, 수제자였던 그의 안전도 이제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아테네에서 도망쳐 나와 방랑의 길을 떠났다.

 

아테네에서 빠져나온 뒤, 마흔 살이 될 때까지 플라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처음 3년간은 친구들과 함께 그리스 북부의 메가라에 머물렀고, 이후 이집트 등을 여행했다는 정도의 이야기만이 전해져 올 뿐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플라톤은 피타고라스 학파, 테오도로스(Theodoros, 기원전 460~?)와 같은 수학자들을 만나며, 그의 유명한 이데아(Idea)론을 발전시켰다. 이제 그는 소크라테스가 추구했지만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었던 절대적 진리를 이데아로 구체화시켰던 것이다.

 

수학적 진리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는 모래 위에 수십 개의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삼각형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한 정삼각형은 아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그렸다 해도 돋보기를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변의 길이나 각의 크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그린 정삼각형은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정삼각형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이 정삼각형에 대한 지식은 세월이 흐르거나 우리가 다른 삼각형을 많이 보았다고 해서 새롭게 바뀌지 않는다.

 

이데아란 이런 수학적 진리를 모든 사물에 확장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곧 이데아란 객관적이고 불변하며 완전한 사물의 본질이다. 모든 말〔馬〕에는 말의 이데아가 있고,개〔犬〕에는 개의 이데아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사물들은 불완전한 것으로 이데아를‘대충 베낀 것’에 지나지 않으며, 진정한 지식은 이성을 통해 이데아를 알았을 때 얻어진다.

 

마찬가지로 정의, 올바름 같은 것에도 이데아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과연 정의로운지 아닌지는 사람들 사이의 이익 계산이나‘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행동이 궁극적으로 올바름의 이데아에 따르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옳고 그름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국가도 유익함과 올바름의 이데아, 곧 선(善)의 이데아를 알고있는 사람이 거기에 따라 통치를 할 때 정의로울 수 있다. 이 선의 이데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철학자다.

플라톤에 따르면, 자신의 이익밖에 볼 줄 모르는 어리석은 다수가‘민주주의’라는 허울 아래 통치하는 사회는 결코 정의롭지 않으며 타락할 수밖에 없다. 올바름의 이데아를 알고 있는 철학자가 권력을 쥐고 통치를 할 때에만 비로소 사회는 정의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우리는‘철인 통치론’이라고 부른다.

 

기원전 387년, 마흔 살의 플라톤에게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시험할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사상에 감명을 받은 시라쿠사(이탈리아 남쪽 시칠리아 섬의 동해안에 있는 곳으로,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였음)의 참주(僭主)❷인 디오니소스 1세의 처남이 플라톤을 자신의 나라로 초청한 것이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참주에게 주장했나 보다. 그러나 이 시라쿠사의 독재자에게는 그다지 달갑게 않은 이야기였는지, 그는 결국 강제로 추방당하고 말았다. (심지어 노예로 팔려 갔다가 극적으로 구출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❷참주 :고대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에서, 비합법적 수단으로 지배자가 된 사람. 대개 귀족 출신으로 평민들의 불만을 이용하여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장악하였는데, 아테네의 페이시스트라토스가 대표적이다.

 

그 뒤 그는 두 번이나 더 시라쿠사에 찾아가지만, 그의 철인 통치론이 이 도시 국가에서 실현되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두 번의 방문 모두 쫓겨나는 것으로 끝났을 뿐이다.

 

아무튼 시라쿠사에서에서 추방된 뒤, 플라톤은 12년간의 유랑을 마치고 아테네로 돌아왔다. 플라톤은 그동안 당했던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 이제 자기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뜻은 접어 버렸다. 그 대신, 아테네 근처 아카데모스 숲에다 최고의 인재를 양성할 학교를 열었다. 지역의 이름을 따서 학교의 이름을‘아카데메이아’라고 했는데, 현재 학술 기관 이름에 곧잘 쓰이곤 하는‘아카데미’라는 명칭의 원조가 바로 이 학교다. 아카데메이아는 그 뒤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Justinianus I,483~565)가 강제로 문을 닫게 할 때까지 무려 900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한다. 이 학교 정문에는‘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을 들어올 수 없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플라톤 자신의 교육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원전 347년, 플라톤은 일흔여섯 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독배를 마셔야 했던 스승 소크라테스와는 달리 자연적인 죽음이었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자식도없었다. 그의 생애에 관한 기록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쓴 35편이 넘는‘대화편’과 많은 편지 글들은 지금까지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 안광복,『 청소년을위한철학자이야기』(신원문화사)에서

 

 

사랑을 주제로한 유쾌한 음주토론,『 향연』

 

플라톤의『향연』은 토론의 기록이다. 문학사(文學史)에 길이 빛나는 아리스토파네스와 아가톤,‘ 철학자의 교과서’소크라테스, 당대의 의사 에릭시마코스, 그리스를 유혹한 미소년 알키비아데스 등이 자리의 주인공들이었다.

 

『향연』의 원제목은‘심포지엄(Symposium)’이다. 지금의 심포지엄은 심각한 얼굴로 논문을 들추며 격식 있게 논의를 펼치는 자리를 뜻하지만, 원래 심포지엄은‘향연’이었단다. 술과 음식을 나누는 풀어진 분위기에서 지적 허기도 같이 채우는 대화, 그게 심포지엄이다.『 향연』을요새식으로옮긴다면,‘ 사랑을 주제로 한 유쾌한 음주토론’ 정도가 되지 않을까?

 

『향연』의 무대는 아가톤의 집, 비극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그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이미 전날 한바탕 큰 잔치가 있었던 터, 사람들은 술에 적당히 질린 상태다. 그래서 의사인 에릭시마코스는‘각자의 능력만큼만 마시며’대화를 즐기자고 제안한다. 몸에 무리 간 사람들이 건강 챙기며 놀자는 의사의 말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 다음은 자연스레 사랑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대화자들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사랑의 신 에로스(Eros)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첫 순서는 파에드로스. 그는 에로스를 인간에게서 가장 뛰어난 부분을 끌어내는 신으로 떠받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앞에서 당하는 창피보다 큰 곤혹이 어디 있겠는가! 제 아무리 겁쟁이라도 애인 앞에서는 용감해지는 법이다. 찬양의 열기는 다른 사람이 배턴을 넘겨 받을수록 점점 커진다. 에로스는 인간뿐 아니라 우주 만물에 생기와 조화를 이루는 신으로 추앙되더니, 이날의 주인공인 아가톤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아름답고 정의로우며, 절제 있고 용맹하며 지혜로운 신으로 거듭난다. 천하의 제우스도 에로스만큼 위대할 수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모두는 아가톤의 말에 열광적인 갈채를 보낸다. 바로 이때 소크라테스가 입을 연다.
그는 아가톤이‘고르기아스급(級)’의 위대한 연설을 한 나머지, 자신은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지 두렵다고 투덜댄다. 하지만 이 말은 소크라테스 특유의 능청일 따름이다.

‘ 딴지 대왕’소크라테스는 불과 몇 마디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단번에 박살 내 버린다.

 

여러분은 모두 에로스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에로스는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다.

에로스는 아름다울 리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에게 부족한 면을 채우기를 바라게 마련이다. 그런데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에로스는 아름답기를 원하고 있을 뿐이지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는 왜 새삼 에로스에게 시비를 걸었을까? 에로스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다. 소크라테스는 사랑의 성격을 신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에로스는 길의 신 포로스(Phoros)와 결핍의 여신 페니아(Penia)의 자식이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서 항상 비어 있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란다. 반면, 아버지의 능력도 이어받은지라, 자신의 부족을 채워 줄 수단과 방법 역시 끊임없이 찾아내곤 한다. 에로스는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우리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우리를 높은 경지로 이끌기도,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생물학적인 설명을 늘어놓는다. 동물들도 생식할 때만큼은 성스럽다. 상대를 절실히 원하고, 자손을 낳고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해낸다. 왜 그럴까? 죽을 수밖에 없는 생물들은 자식을 퍼뜨려야만 불멸(不滅)을 이루기 때문이다. 불멸에 대한 욕구 탓에 생명체들은 열정과 사랑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생식이 아니고서도 영원할 수 있다. 자신의 명성과 이름을 후대까지 떨치는 방법으로 말이다.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가 아직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그네들이‘영혼의 자식’ 인 작품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으로 위대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는 먼저 육체부터 아름답고 훌륭하게 다듬으라고 권한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하나의 몸에 몰두하지 말고 다른 이들의 몸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애인의 몸을 내 것으로 삼고 싶다는 열망에 빠지지 않고, 몸의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는 태도를 갖추게 될터다.

 

이 단계를 넘어선 사람은 이제 정신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에도 특정한 몇몇에 주목하기보다는, 이 모두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라. 그러다 보면, 집착에서 벗어나 아름다움 자체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게 될 터다.

 

“사다리를 오르듯이 끊임없이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네. 한 명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두 명의 아름다운 육체로, 두 명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모든 아름다운 육체로, 다시 자신을 드높이는 노력에로, 더 나아가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에로….

 

이는 현대의 신경 생리학자들의 충고와도 통한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은 자신과 관심있는 상대방만을 바라본다. 정신의 건강은 객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회복된다.

 

때문에, 사랑에 집착하여 가슴앓이를 하는 이들에게‘플라토닉 러브’는 효과 만점의 치료법이다. 불멸에 대한 바람에서 사랑이 생긴다면,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사랑은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훌쩍 뛰어넘어 영원한 가치를 일러 줄 터다.

 

소크라테스의 열정적인 설명은 여기서 갑자기 끝난다. 느닷없이 알키비아데스가 뛰어 들어온 탓이다.

‘ 술자리토론’인 만큼 발언권이 세미나에서처럼 보장될 리없다.

술취한 이 미소년은 ‘연인’ 소크라테스를 발견하자마자 열렬한 찬사를 늘어 놓는다.“ 소크라테스 앞에서는 그 외의 누구도 찬양할 수 없다.’고 외치는 막무가내 미소년 덕택에, 졸지에 자리는‘소크라테스의 찬양 무대’로 바뀌어 버린다. 알키비아데스의 횡설수설 중에, 결딴난 전쟁터에서 도망치기는 커녕,‘ 겁먹은 장군을옆에 끼고 침착하게 왼쪽과 오른쪽을 살피며’퇴각하는 용맹한 졸병 소크라테스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고, 사색에 잠겨 하루 밤낮을 꼼짝없이 서서 보냈다는 경악스런 일화도 소개된다. 안타깝게도, 소크라테스 뒷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 들어갈 즈음에서 알키비아데스의 주정마저도 흐지부지된다. 술 취한 한 무리가 또 뛰어들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진 까닭이다. 유쾌한 술자리 담론을 기록한『향연』은 이렇게 끝난다.

 

- 안광복,『 사랑을 안주로 소크라테스와 술판 토론』, <한겨레>(2006년11월17일자)에서

 

 

1. 플라톤은 사랑을 신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가 파악한 사랑의 특성은 무엇인가?

 

(66쪽 참조) 플라톤은 사랑의 특성을 에로스(Eros) 탄생 신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에로스는 사랑의 신이다. 에로스의 아버지는 길의 신 포로스(Phoros)이고, 어머니는 결핍과 가난의 여신 페니아(Penia)이다.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Aprodite)의 생일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포로스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페니아가 몰래 그 곁에 누웠다. 에로스는 그렇게 태어났다.

 

에로스는 어머니를 닮아 항상 부족하고 허전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절실하게 원한다.
반면, 그는 자신의 바람을 채워 줄 수단과 방법 또한 끊임없이 찾아내곤 한다. 길을 쉼없이 뚫어 내는 아버지를 닮은 탓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꼭 에로스와 같다.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여 상대에게 매달리고, 그이의 마음을 사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샘솟듯 솟아난다.

 

 

2.『 향연』에서 플라톤은 바람직한 사랑은 육체보다는 정신에 있다고 말한다.

이를 사람들은 보통‘플라토닉 러브’라고 부른다.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사랑법은 무엇인가?

 

(67~68쪽 참조) 플라톤은 바람직한 사랑법을 사다리에 빗댄다. 바람직한 사랑은 천상의 아름다움으로 가는 사다리다. 사랑을 통해 자신을 더욱 고상하고 높은 경지로 이끌 수 있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외모는 제일 먼저 내 마음을 끄는 대상이다. 플라톤은 상대의 모습이 나를 설레게 한다고 해서 정신없이 빠져 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도 혹시 그같이 아름답지 않은가를 살펴보라. …(중략)…

 

상대에게 끌리는 이유는 외모만이 아니다. 진정한 이유는 그 사람의 내면에 있다. 그 사람의 어떤 특징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되물어 보라. 그리고 이번에는 눈을 돌려, 다른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바로 그 특성이 없는지 살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매력 덩어리임을 깨달을수 있다. 플라톤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사랑 탓에 시선이 닫히고 고여 버린 마음은 주변
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사람들 각각이 지닌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능력으로 거듭나게 될 터다.

 

이럴 때 내 마음은 집착에서 벗어나 상대의 훌륭함과 뛰어남 자체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사랑한다고 꼭 내 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 사람의 매력은 누구에게나 있는 훌륭한 점이 더 두드러져 나타났을 뿐이다. 넓고 깊게 보면, 내 사랑의 대상이 꼭 그이일 필요는 없다. 사랑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과 훌륭함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었다면, 내 사랑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다고 할 만하다.

 

 

 

 

2. 토론하기

 

(1) 플라톤은 사랑의 감정을 육체에서 영혼으로 끌어올리라고 말한다. 좀 더 가치 있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깨닫고 추구하기 위해서다. 이런 사랑이 가능할까? 어떤 이들은 되레 이런 사랑은 가짜로 그런 척할 뿐, 실제로는 더 지저분한 욕구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한다. 욕구를 억지로 억누르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에 솔직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그럴까? 정신적 사랑이 가능한지,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토론해 보자.

 

_ 본문 읽기:

아름다운 외모는 제일 먼저 내 마음을 끄는 대상이다. 플라톤은 상대의 모습이 나를 설레게 한다고 해서 정신없이 빠져 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거리를 두고, 다른 사람도 혹시 그같이 아름답지 않은가를 살펴보라. …(중략)…
상대에게 끌리는 이유는 외모만이 아니다. 진정한 이유는 그 사람의 내면에 있다. 그 사람의 어떤 특징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를 되물어 보라. 그리고 이번에는 눈을 돌려, 다른 이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의 바로 그 특성이 없는지 살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점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매력 덩어리임을 깨달을 수 있다. 플라톤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사랑 탓에 시선이 닫히고 고여 버린 마음은 주변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사람들 각각이 지닌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능력으로 거듭나게 될 터다.

 

_ 비교해서 읽기:

소리 나는 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찾고는 나무로 깎아 세운 듯이 주춤 걸음을 멈출 만큼 그들은 놀랐다. 그런 소리의 출처야말로 자기네 방에서 몇 걸음 안 되는 사감실일 줄이야! 그렇듯이 사내라면 못 먹어 하고 침이라도 뱉을 듯하던 B여사의 방일 줄이야. 그 방에 여전히 사내의 비대발괄하는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면서 간절히 청하여 비는) 푸념이 되풀이되고 있다….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의 여왕, 나의 목숨, 나의 사랑, 나의 애를 말려 죽이실테요. 나의 가슴을 뜯어 죽이실 테요. 내 생명을 맡으신 당신의 입술로…. …(중략)…

이 어쩐 기괴한 광경이냐. 전등불은 아직 끄지 않았는데 침대 위에는 기숙생에게 온 소위‘러브 레터’의 봉투가 너저분하게 흩어졌고 그 알맹이도 여기저기 두서없이 펼쳐진 가운데 B여사 혼자 - 아무도 없이 제 혼자 일어나 앉았다. 누구를 끌어당길 듯이 두 팔을 벌리고 안경을 벗은 근시안으로 잔뜩 한곳을 노리며 그 굴비 쪽 같은 얼굴에 말할 수 없이 애원하는 표정을 짓고는 키스를 기다리는 것같이 입을 쫑긋이 내어 민 채 사내의 목청을 내어 가면서 아깟말을 중얼거린다.

- 현진건,「 B사감과러브레터」에서

 

◎ 토론 가이드_ 먼저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 줄 필요가 있다. 플라톤은 결코 육체적 사랑을 낮추어 보지 않았다. 정신적 사랑이 더 고귀하다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다. 정신적 사랑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털어 버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사랑을 감추거나 열등감에 주눅 들기보다, 당당하게 자기 감정을 받아들이고,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아가게 해 보자. 플라톤이 말한‘정신의 사다리’로서의 사랑은 이럴 때 시작된다.

 

 

(2) 사랑과 집착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예컨대,‘ 스토커’들도 자신이 상대를 너무도 사랑하여 애정을 기울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설사 상대방이 거절한다 해도, 지칠 줄 모르게 자기 감정을 호소한다. 열렬한 사랑과 추한 집착을 구분할 기준은 무엇인가?

 

_ 본문 읽기:성춘향과 줄리엣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절절하다. 좋아하는 그이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해와 달이라도 따 주고 싶지 않은가? 사랑은 삶을 아름답게 꾸미고 감성을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절실한 사랑은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열렬한 애정에 못 이겨 상대를 괴롭히는 스토커가 대표적인 예다. 사랑하면 할수록 상대와 나는 더 큰 괴로움에 빠져 들 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장식하는 치정 사건도 그렇다. 이 세상에는 사랑 때문에 추해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문제는 애틋한 사랑과 추잡한 애정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성춘향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볼 때 미성년자들의 열혈 연애가 그다지 아름다울 리 없다. 줄리엣도 마찬가지다. 1학년 여중생이 이룰 수 없는 사랑 탓에 남자 친구와 함께 목숨을 끊었다면, 이에 감동해서 눈물을 흘릴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교해서 읽기:

다프네(Daphne)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Peneios)의 딸이었다.
아폴론은 에로스의 화살에 맞아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에로스는 동시에 다프네에게는 사랑을 거절하는 화살을 쏘았다. 아폴론이 자신의 큰 활을 에로스의 그 것과 비교하여 화가 난 탓이다. 아폴론은 끝없이 다프네를 쫓아다녔지만, 그녀는 도망갈 뿐이었다. 도망 다니다가 힘이 빠진 다프네는 마침내 아폴론에게 잡히고 만다. 그러자 그녀는 아버지인 강의 신에게 제발 도와 달라고 소원한다. 그러자 강의 신은 그녀를 월계수로 바뀌어 버렸다.
절망한 아폴론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나는 그대를 아내로 삼을 수 없다. 그러니 이제 그대를 왕관으로 만들어 쓰려고 한다. 그대의 몸으로 내 악기와 화살통을 만들리라. 위대한 장군이 개선할 때 그대를 머리에 쓰게 될 것이다. 그대는 결코 시들지 않고 영원히 푸를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운데「아폴론과 다프네 이야기」에서

 

◎ 토론 가이드_

주변에서 보거나 자신들이 겪고 있는 사랑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뒤, 과연 바람직한지 토론하게 해 보자. 상대가 거부하는 사랑도 아름다운가? 나의 사랑은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 정신적 사랑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순서대로 이야기하며 논의를 넓고 깊게 이끌어 보자.

 

마무리 하기
1.『 향연』에 나오는 플라톤의 사랑법은‘플라토닉 러브’라는 용어로 정리되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육체적 사랑과 순간의 열정이 대접받는 시대에 정신적 사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랑이 자기 삶에서 갖는 의미와 연결해 정리해 보자.

사랑도 질리고 싫증 난다. 사랑은 육체적일수록 더 빨리 변하는 법이다. 반면, 나를 이끌고 발전시키는 감정은 여간해서는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소중한 사랑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자.

 

 

집필자 안광복 /  중동고 철학 교사

 

 

 

 

 

 

 

 

 

출처 : 마음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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