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https://dia-na.tistory.com 2020. 8. 26. 10:39

9월에 모임에서 같이 읽을 책 중 하나, 《외롭지 않을 권리》

제목으로 봐서는 좀 말랑한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서두부터 일종의 정책요구서에 가까운 책이다.

휴가 같은 방학 기간에 쌓인 책들을 정리하면서 맘먹은 게 '읽고 나면 되팔자!' 여서 혹시나 통사 단원에 읽기 자료로 쓰일까 싶은 부분을 타이핑하느라 하루가 넘게 소요되었다.

 

부제 '혼자도 결혼도 아닌 생활동반자'에서 책의 내용을 미리 엿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생활동반자법'이 입안되어야 하는 이유를 서술한 책이다.

 

 

2019년 6월말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 5,100만을 넘어섰고 이 중 세대수는 2,100만이고 2017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30%에 달한다고 한다.

1인가구를 세분해보면  '도전이 위기가 되는 청년 1인가구' '아무도 묻지 않는 중년 1인 가구의 외로움''거동이 불편한 노인'으로 나눌 수 있고 이들이 처한 공통적 상황은 돌봄공백이다. 이처럼 1인가구 증가에는 IMF이후 비혼, 저출산 등으로 가족마저 구조조정에 내몰린 상황과 맞물려있다.

 

 

 

그래서 서두에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고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봄’에 대한 법이다. ... 눈송이만한 외로움이 밤새 몸을 굴려 눈사태가 되지 않도록 그저 누군가의 잠자는 숨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 우리에겐 연대와 협동, 상호돌봄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생활동반자법이 가족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면 더더욱 결혼을 안 할 것이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우리 사회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 법이 허용한 동거 방식이 결혼뿐이라 누군가와 같이 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하는 것이라면 정말로 진지하게 가족법의 재건축이 필요하다.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족의 위기’가 아니라 ‘가족법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을 이루려고 장려하는 법, 서로에게 더 책임을 갖고 정착하도록 독려하는 법, 가족의 믿음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법인 생활동반자법은 당연히 ‘보수적인 법’이다.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정시킨다는 의미에서 보수적이다. 생활동반자법은 기족의 경직된 가족제도를 떠난 사람들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법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고 사회를 더 신뢰하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우리가 만들어 온 사회복지제도에 더 많은 사람을 포함시키고, 개인으로서, 또 가족구성원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고 여겨온 권리를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15

 

 

 

http://www.hani.co.kr/arti/PRINT/899984.html

 

 

 

OECD국가중에서도 최저 합계출산율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출산은 단순히 초기 양육비 부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직장문제, 집문제가 해결된다해도 결혼으로 인해 맺어진 두 가족의 결합은 정서적으로 큰 부담이다.

 

아내 역할, 며느리 역할에는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아내로서 기대되는 감정노동까지 포함된다. 많은 남성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원해서, 지친 사회생활에서의 위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불 꺼진 방이 너무 쓸쓸’해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사물인테넷 기술이 발전해 귀가 전에 전등, 에어컨, 그리고 보일러까지 미리 켜놓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혼보다 스마트 전구가 싸다. 각자의 공간과 거리를 두고 서로를 챙길 수 있던 연애시절에 비해 자신은 물론 자신의 부모까지 모든 순간 감정적으로 챙겨주길 바라는 남편앞에서 여성은 당혹스러워 한다. 42

 

이런 상황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지 프랑스는 비혼가구의 동거와 그에 따른 자녀 출산이 늘어나자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이하 팍스)을 도입해 동성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에 이른다.  팍스는 동성, 이성 가리지 않고 동거를 폭넓게 인정하며 사회복지혜택 등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의 출산율 또한 상승해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2.0을 넘어서고 있다. (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에 수렴하고 있다)

 

 

 

출처: 글로버 사회정책 브리프

 

 

 

 

 

 

출처: 글로벌 사회정책 브리프

 

 

오래된 자료이긴 하지만 '글로벌 사회정책 프리프'에서 퍼온 자료인데 OECD 주요 국가의 혼회출산 비중과 함계출산율의 상관관계를 보면, 가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 그렇다고 혼외 출산을 장려하자는 것은 아니다.  변화된 사회 현상에 발맞추어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중앙일보. 2015.07.07

 

동거라는 것이 꼭 남녀간의 관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교를 옮긴 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여교사들만 참여하는 산행 모임에 끼게 되었다. 히말라야를 비롯해 국내 산들을 주말마다 날아다니는 대장(여교사임)주도하에 나같은 약골 교사들을 위해 수도권의 둘레길 위주로 떠나는 가벼운 산행을 즐긴다.

 

 

둘레길을 아기자기 하고 이쁘게 꾸며놓아서 걍 올려본 사진

이 사진에는 없지만 준비해간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노후 준비에 대한 화제로 넘어가자,

결혼 의사가 없는 싱글샘은 독거사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스위스에 있다는 안락사 비영리단체에서 시행되는 안락사 비용이 2,000만원이라는데 진지하게 그걸 고민하고 있다는 말까지. 그러자 또다른 싱글샘도 이에 동조하며 안락사 계모임이라도 만들어야하느냐는 이야기가 진담반 농담반으로 오고갔다.

이 역시 돌봄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족은 백화점 1층 명품관처럼 가장 잘 보이고 발 닿기 쉬운 곳에 있고, 가장 좋은 것이라 외치지만 좀처럼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혈연과 혼인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사랑, 성, 양육, 노동력 재생산, 교육, 부양 및 돌봄을 다 떠맡는 것을 넘어 사회적 출세까지 좌지우지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은 너무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노인들은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가난하고 외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청년들은 출산을 거부하고 삶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다. 전우를 다 잃은 패잔병마냥 혼자 사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모두가 외로움을 꾸역꾸역 삼킨 채 산다. 정부는 폭증하는 돌봄 공백에 어쩔 줄을 몰라한다.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늘리고 있지만 국미은 양적, 질적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나름의 노력은 가족이 무너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가족의 가치에 대해 다른 차원에서 되물어야 한다.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생활동반자법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아서 지어내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 제도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사연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국가와 사회가 정해 놓은 삶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스스로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이러한 헌법정신을 제도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은 달라진 국가와 국민 개인의 관계를 상정하는 법이 될 것이다. 국가의 목적이 국민 각자의 선택보다 우선되던 낡은 관계에서 각자가 선택한 행복을 국가가 보장하는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282~283

 

이러 저런 이유로 혼인 가정을 이루지 못하거나 안한 싱글들이 '베프'와 살 법적 권리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논의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외롭지 않을 권리》.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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