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학원 첫학기에 수강한 4개의 과목 중 하나가 21세기 한국 문화의 이해 (?)였다.
영화, 건축, 회화 등 각 분야의 대가를 수강생 중 한명이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졌는데,문화대학원 수업이지만, 교육대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교수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교육대학원에서 발표하면 좋겠는데..." 라며 시선을 훑으셨다.
모두들 침묵.
그 어색함을 못견디고 냉큼 손을 드는 바람에 나는 석달 동안 머리가 아팠다.
어느 분야를 발표하든 '장르의 언어'로 분석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소설과 소설가에 관한 책을 읽고
<소년이 온다>만 읽고 분석하리라 했지만, 시인으로 등단한 작가이기에 시집부터 읽었다. 2018년 까지 출간된 대부분의 작품들을 다 읽었던 듯 하다. 물론 논문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접하기 전
페이스 갤러리에서 마크 로스코×이우환 전시회가 있어 현희샘과 금요일 오후에 전시회장을 찾기로 했었다.
그 유명하다는 마크 로스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강의 시 '마크 로스코와 나'를 통해서였다.

당시 과제를 위해 마크 로스코 작품이 궁금해 웹사이트를 검색헀는데. 그냥 화면만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
추상화가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
언젠가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다시 열린다면 이번엔 꼭 찾으리라.
- 그래놓고 막바지에 찾았다는...


한강은 마크 로스코에 관한 시를 두 편을 썼다.
그리고 소설에서도 '마크로스코와 나2'를 인용했다.
이 이야기를 페이스 갤러리에서 현희샘에게 전했는데
죽어도 그 소설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채식주의자였나? 맞나? (망할 챗GPT는 채식주의자라고 했다.)
분명 그때 내가 PPT에 시와 소설 부분을 겹쳐서 발표했었는데... 하며
교수님께 보낸 공직자 이메일함은 뒤적였지만 기간 만료로 지워진 상태고, 가까스로 외장하드에 담긴 자료를 찾았다.
당시 나는 한강 소설의 세계를 '시적인 문체와 색체 이미지'로 잡고 그것을 풀어갔다.


분석의 기본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강연집에서 참고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이중 눈에 띄는 작가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매번 후보에 오르면서 수상에 실패한 이유를 나는 인간의 '심연'에 도달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집단 혹은 개인적으로 인간성을 훼손 당한 혹독한 경험을 한 자만이 심연에 도달할 수 있다.
한림원은 그런 것들을 포착하는 게 아닐까.

마크 로스코와 나 - 2월의 죽음
미리 밝혀둘 것도 없이 크 로스코와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는 1903년 9월 25일에 태어나
1970년 2월 25일에 죽었고
나는 1970년 11월 27일에 태어나 아직 살아 있다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9개월여의 시간을
다만
가끔 생각한다
...













왜 한강은 5.18을 그렸어야 했나.
세칭 일베에서 노는 이들은 6월 민주항쟁이나 4.19혁명에 대해서는 비아냥 거리지 않는다.
5.18이나 4.3에 대해서는 빨갱이 운운하며 폄훼한다.
장례식은 망자에 대한 애도를 거쳐 산자가 살아가는 힘을 얻는 절차이자 의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5.18이나 4.3의 경우
사회적 애도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
- 당시에 이렇게 마무리 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BTS현상과 인문학>으로 풀었다. (2018년부터 나의 외부 강연 주제였다.)





마크 로스코 작품 전시는 한 룸에 모여 있어야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들었다.
그는 그림을 통해서 명상과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원했다고 한다.
페이스 갤러리는 그런 조건을 다 갖추었다.
그림이 주는 묵직함이 있다.
- 때문에 사진 촬영이 금지다. 명상을 방해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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