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인문학 강의

BTS "봄날" 과 세월호

https://dia-na.tistory.com 2021. 4. 12. 00:09

아... 시험과 같은 행사를 앞둔 시기엔 읽고 싶은 책도, 보고 싶은 영화도 마구 덤빈다.

온종일 지필평가 출제를 위한 밑작업만 하다가 일요일을 훌쩍 날려버리고, 세월호 7주기를 어찌해야 하나를 고민하다 다시금 "봄날" 뮤비를 꺼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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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 서울시교육청 교사 대상 zoom연수에서 <청소년 문화의 이해-BTS 현상을 중심으로> 강연을 마친 뒤 '봄날' 뮤비 속 상징을 블러그에 다시 정리해봐야지 했던 것을 출제를 앞두고 하게 된다.

아이들에겐 항상 "큰 개구리를 먼저 잡아 먹어라"(꼭 해야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하라)고 말하면서 나는 오늘 큰 개구리 시식을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항상 믿고 떠맡기는 '내일의 나'.

 

 

 

뮤비의 시작은 '일영'역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역이지만 '봄날' 뮤비 덕분에 아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봄날' 뮤비속 상징 코드를 읽어내는 유튜버들이 상당히 많은데 일영역 또한 그냥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때는 유흥지를 연결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가 지금은 '폐역'이 되어 '잊혀진' 역이라는 의미와 '일영(日迎)'의 의미가 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도 있어 모두에게 잊혀진 빛과 같은 존재를 기다리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4년째 통합사회 1단원 수행평가로 <행복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첫시간은 BTS "봄날" 뮤직비디오 분석부터 시작한다.

" 이 뮤비에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 이상이 중첩되어 있어 " 하면서 첫번째 이야기로 <설국열차>를 꺼낸다.

'봄날' 뮤직비디오가 기차가 메인테마로 나오기도하지만 가사에도 설국열차가 나오기 때문이다.

 

수업지도안과 사례는 요기 ↓

blog.daum.net/framie/7982395

 

통합사회 1학기 수행평가-행복프로젝트(방탄소년단 BTS'봄날') 수업+5차시 스토리보드

1. 행복프로젝트 1차시   - UCC제작까지 4차시 과정을 5차시로 수정,    - 1차시 BTS'봄날' 뮤비 감상 및 뮤비속 상징 해석    - 조별로 소리내어 '오멜라스를 떠난 사람들' 읽기   - 다 읽은 조는 각

blog.daum.net

 

 

 

동명의 프랑스 그래픽 노블 (예술성 있는 만화)이 원작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꼬리칸의 희생으로 앞칸의 부유층이 호사를 누리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봄날'은 우리 사회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지는 않은지를 묻고 있다.

 

 

기차안이지만 살짝 기울어진 각도와 푸르스름한 연출은 바닷속을 연상시키며 빈 캐리어와 빈자리, 어두운 표정의 RM,

이 모든 것이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바닷가에서 주인 없는 신발을 주워드는 지민

 

이 장면 역시도 세월호를 떠올리게 한다.

 

 

세탁실 벽에 걸린 시계는 9시 35분을 가리킨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시각

 

 

세탁기 앞의 경고문 'Don't forget'

 

이번에 고화질로 다운 받은 뮤비에서는 세탁기의 경고문 "Don't forget"이 확실하게 보인다.  세탁실 안의 아이들이 저토록 우울한 이유는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기억을 지우라는 압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민이 들고 있던 운동화는 슈즈트리가 되었다. 잊지 않겠어!의 의미

뮤직비디오 전 부분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읽힌다.

 

마치 성경의 바벨탑을 떠올리는 저 옷더미 산의 이미지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작품을 오마주했다.

 

처음 저 옷더미를 볼 떄만 해도 성경의 바벨탑을 의미하나? 의사소통의 부재로 사회가 분열되는 상황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검색을 통해 프랑스 현대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Personne>이란 작품의 오마주라는 것을 알았다. 

 

 

Persoone은 프랑스어로 "아무도 없다" 란 뜻과 "사람, 개인"이란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작품의 주제는 죽음과 우연이다.

1944년 파리 태생인 그는 유대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페르손>은 유대인 수용소를 거쳐 숨진 600만명의 죽음을 애도한 작품으로 보여지며, 이 역시 세월호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봄날> 뮤직비디오가 전하는 세번째 이야기는 "오멜라스"이다.

 

불 켜진 저 차이 의미도 있을 터인데, 그건 모르겠다.

 

어슐러 K. 르 귄의 《바람의 열두 방향》 소설집에 실려있는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설국열차처럼 가상의 도시 오멜라스가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지하실의 아이'에게 도시의 불행을 모두 떠넘기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1단원 <행복 프로젝트>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읽고 4차시에 걸쳐 행복의 의미와 오멜라스 사회의 계약, '우리 사회의 지하실의 아이'를 찾는 활동을 한다.

 

 

어두운 공간에 홀로 있는 석진은 마치 '지하실의 아이'처럼 보이지 않는가. (행색이 넘 깔끔해서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런데 왜 정국은 회전목마 앞에 서 있는 것일까?

 

You never walk alone이라 씌여진 낡은 회전목마

 

배운 변태라 지칭되는 빅히트 답게 회전목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넘어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1956년 제작된 뮤지컬 <회전목마>는 혼자 딸을 키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모녀에게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하겠다는 힘을 주는 감동의 뮤지컬이라고 한다.

 

 

 

뮤지컬 <회전목마>의 삽입곡 "You'll never walk alone"은 가사가 주는 감동이 커서 리버풀 구단가가 되어 경기장에서 장엄하게 울려퍼진다.

 

 

이 노래는 이번 그래미 시상식에서 불려지기도 했다.

"당신은 혼자 걷지 않게 하겠다"는 연대의 메시지를 회전목마와 거기에 쓰인 문구로 대변하고 있다.

BTS '봄날'이 발매된 것은 2017년 2월.

아직은 박근혜 정권의 서슬이 퍼런 때다.

BTS와 빅히트는 '봄날' 수익금 1억원을 세월호 유가족에게 전달했다는 후문도 있고 보면 애초에 '봄날'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에 바치는 애도 혹은 위로의 시같은 곡일터.

 

 

 

빠르게 지나가는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에서 석진은 지민의 귀에 옷핀(세이프티 핀)을 꽂아주려한다. 절대로 폭력적 상황이 아니다.

 

<세이프티 핀>운동은 브렉시트 논의가 한창인 영국에서 이주민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자 선량한 이웃 시민이 이주민의 신변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벌인 운동이다.

 

 

 

즉, 세이프티핀(옷핀)을 꽂은 사람은 당신에게 위해를 가할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고 생활하세요~ 하는 연대와 배려의 실천운동이다.

 

 

 

 이 운동은 SNS를 타고 확산되어 쥬얼리 브랜드의 악세사리로 출시되었고 유니세프에서도 같은 캠페인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8년과 2019년도에는 <행복프로젝트>의 모둠 활동으로 봄날 노래를 배경으로 UCC 제작을 진행했는데, 작년부터는 멈추었다. UCC제작 활동 자체가 한 아이를 '지하실의 아이=희생자'로 만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고 다른 형태의 모둠활동을 구상하였으나, 코로나 19로 그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래도 수업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