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인문학 강의

23 사계절 인문학 여름 - 에드워드 호퍼 <길위에서>

마담의.뜨락 2024. 8. 6. 10:42

2017년 사계절 인문학을 기획할 때, 여름 방학까지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 사계절 인문학-여름은 미술관 전시 관람으로 기획했다.

그때만해도 경복궁역 인근에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단체교육 신청을 하면 1차시 사전 전시 안내, 2차시 전시관람 3차시 전시후 프로그램을 미술관측에서 운영했다. 내가 떠난 이후로도 사계절 여름은 대림미술관 프로그램으로 진행해곤 했는데, 코로나 19이후 어려워졌다.

 

2023년 사계절 인문학 여름은 사심을 반영했다.

웬만한 그림 전시는 관람객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급 도슨트가 있다. 그의 해설을 듣기 위한 인파가 200여명이 넘는데다가 해설을 듣고 전시장을 둘러볼 즈음이면 진이 다 빠진다. 

하여 1차시는 도슨트를 학교에 초청해 사전 프리뷰를 진행하고

2차시는 방학식 다음날 오전 10시에 자유관람 후 소감문 쓰기로 운영하기로 했다.

자~ 그러면 이제 섭외 시작.

그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는 도슨트의 인스타 계정을 찾아 DM을 보냈다.

사실 학교에서 지급하는 강사료는 경기도 회계지침에 의거해 작고 소중한 금액만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대중적인 강사는 섭외가 어렵다. 학교에서는 고작 2시간 강연이라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고교생에 맞는 강연자료 준비와 이동을 생각하면 그 '작고 소중한 금액'은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승률 5:5를 생각하며 일단 섭외에 들어간다. 역시나 거절이다. 그래도 거절한다는 즉답을 해주면 감사하다. 빠른 거절을 해 주어야 나는 플랜 B로 바로 돌릴 수 있으니까.

 

플랜B 한겨레 신문에 에드워드 호퍼를 언급한 적이 있는 기자이자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녀 역시 한 학교를 위해 자료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역시나 빠른 즉답 감솨. 

 

하지만 어쩐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린다. 그러다가 상상마당에서 에드워드 호퍼 강연을 한 적이 있는 도슨트를 발견! 자, 3차 도전이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DM을 보냈다. 

고심끝에 그 분이 수락 하셨다. 자, 모집에 들어간다.

 

 

나, 포스터 제작에 진심인 편.

내친김에 두 가지 버전을 게시했다.

 

사계절-봄 강연도 그랬지만

사계절 -여름 이서준 도슨트의 강연은 더 감동이었다.

강연은 서울시립미술관 가는길부터 시작된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르네상스 건물로 일제시대 고등법원이었다가 해방후 대법원으로 사용된 것이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이전된 후 2002년부터 현재의 미술관으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열어가고... 

 

자료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자화상, 에드워드 호퍼

 

벌써 1년이 지난 강연이라 내용은 거의다 잊어버렸으나, 전시장 입구부터 작품 감상 순서 및 작품에서 유의깊게 봐야할 사항을 세심하게 설명해주어 한 주 뒤에 진행된 전시관람에서 그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 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자화상에서는 그 색깔을 유의깊게 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밤의 그림자

 

 

사계절 인문학은 대체로 도서관이나 세미나룸을 이용하는데, 그림같은 시청각 자료가 중요한 강연은 예지관(강당)을 이용한다. 

 

 

사계절 인문학은 2차시 이상으로 진행되고 독서가 필수여서 끝까지 함께 갈 친구들만 모집하므로

이 좋은 강연에 신청자만 참석하는게 좀 아쉬웠다.

여름- 미술관 관련 행사는 참가자를 늘릴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티켓값이 복병. 

 

강연은 에드워드 호퍼의 활동 무대를 중심으로 층별 전시 작품 소개로 진행되었다.

 

이서준 도슨트 해설 중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이다.

일상에 지친 서민들이 모여 있는 주점. 그들이 마시는 저 술은 값싸게 취할 수 있는 압생트.

그림에 묻어있는 그 시대의 자화상들이다. 

 

대중들에게 에드워드 호퍼는 쓱 광고로 유명해졌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대한 화가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려자가 중요하다.

호퍼의 아내 조세핀은 그녀도 화가였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자료들을 꼼꼼이 모으고 소장해서 오늘의 전시를 있게 한 위대한 조력자다. 어쩌면 천재 화가인 남편앞에서 화가의 꿈을 펼치기엔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을지도...

 

다시 한번 본교 학생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서준 도슨트에게 감사드린다.

(ㅎ 그래서 나는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종종 좋아요를 누르는 걸로 감사를 표현한다.)

 

여름 1차 감상문.hwp
0.29MB